분양가 10억 원짜리 고급 아파트가 5년 만에 1억 원 대 경매 매물로 나왔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은 이달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성원 상떼레이크뷰' 아파트 345채 중 290채가 최저가 1억7000만 원에 경매된다고 31일 밝혔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189㎡ 이상의 대형 아파트로만 구성됐다. 2007년 분양가는 최저 10억4200만 원에서 최고 11억9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경매 절차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55채만 낙찰됐고, 평균 낙찰가도 2억6500만 원으로 분양가의 26.5%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아파트가 헐값인데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 복잡한 채무관계에 얽혀 있어 선뜻 임자가 나서지 않은 탓이 크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유치권(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채무자가 물건을 유치하는 권리)만 40여 건이 신고돼 있다. 남승표 지지옥션 연구원은 "유치권이 있으면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한 채권의 정확한 규모를 가려내기 어려워 경매투자자들이 응찰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이 아파트의 낙찰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이들 아파트가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대형인데다 내부 인테리어도 부실한 점도 외면 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