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규석 기장군수 기행 화제
1995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30대에 초대 민선군수에 당선된 오 군수는 2010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12년 만에 컴백했다. 돌아온 '기장머슴'은 현장과 투명행정을 펴 나가겠다고 군민과 약속했다. 취임 후 시작한 '365일 민원을 잠재우지 않는 군수실(일명 야간군수실)'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4시간 동안 농어촌 일로 시간이 없는 군민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방문을 하고 있다. 공휴일도 없다. 최근 소 값 파동 때문에 야간군수실을 찾은 차정희 씨(66)는 "암행어사보다 더 속 시원히 말을 들어주는 것 같아 분이 풀렸다"고 말했다.
오전 5시부터 시작된 그의 일과는 오후 11시에야 끝이 난다. 하루 일정은 군청 홈페이지 '현장일지'란에 소개돼 있다. 업무추진비는 물론 기타업무비는 집행 잔액 반납내용과 함께 낱낱이 밝히고 있다. 2010년에는 업무추진비 1억258만 원 중 214만 원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교육지원 예산과 급식비 등으로 지원했다. 조만간 지난해 업무추진비 내역과 남은 돈을 어떻게 할지도 밝힐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일본에 대지진이 났을 때는 자신의 한달 월급 600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그의 복장은 집무실, 현장, 공식석상에서 늘 짙은 청색 작업복이다. 하복용 다섯 벌, 동복용 다섯 벌이 준비돼 있다. 그는 "최근 공식석상에 작업복을 입고 가니까 다른 기관장이 불편해 하더라"며 "현장행정을 하려면 이런 복장이 편하다"고 오히려 단호했다.
그러나 오 군수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 송사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기장읍 만화리와 일광면 용천리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상급기관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오죽 절박했으면 군수가 나섰겠느냐"며 "더 이상 골프장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시청에서는 "중재하고 조정해야 할 군수가 반대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돈키호테라고도 비꼰다.
오 군수는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국책사업인 신고리원전~경남 북부지역 간 765㎸ 송전선로 철탑건설 허가도 내 주지 않고 있다. 주민합의가 없다는 게 불허이유다. 법원이 최근 "송전선로 허가를 내 주지 않을 경우 기장군은 10일부터 하루 500만 원을 한전에 지급하라"고 결정을 내리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씨름단 해체, 건설폐기물 재활용사업장 인허가, 장안산업단지 기반시설 조성비 반환소송, 부군수 전결권 제한 등 다툼은 끝이 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그는 이 같은 일을 "소통을 위한 격렬한 토론의 장"이라고 주장한다.
1980년 진주교대를 졸업한 그는 초등학교 교사를 했다. 1988년 동국대 한의대에 다시 입학한 뒤 1994년 고향 기장읍에 한의원을 개원했다. 1995년 민자당의 입당제의로 그해 6월 기장군수가 됐다. 동국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운동권과도 교분이 깊었다. 1995년 정치입문 당시 그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낸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에게 의논을 하자 임 총장이 "어떤 치마를 입는 게 중요하지 않다. 주의(主義)와 원칙이 변하지 않으면 된다"고 해 정치의 길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를 잘 아는 한 대학교수는 "기득권층이나 제도권에서는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만 철학과 신념은 대단한 사람이다"며 "이런 자치단체장은 드물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