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전 한국헌법학회장
이에 대한 최근 역사를 살펴보면 2005년 6월 당시 열린우리당은 제17대 국회 개혁당론을 깨고 폐지는커녕 기초의회 의원까지 오히려 확대해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큰 반발을 샀다. 결국 그 이듬해 5·31지방선거에서 대패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이 공중 분해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0년 6·2지방선거 전 2009년 3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만들어지고 7월 ‘사회원로 선언’, 10월 ‘전문가 학계 선언’이 있었지만 그대로 선거가 치러졌다. 그 선거 후 작년 2011년 11월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원협의회 모두가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인 상태다.
우리나라의 정당 현실은 진성당원 등 민주적 뿌리가 약하고 따라서 상향식 공천제도가 어렵기 때문에 정당공천제가 그 지역 맹주격인 국회의원들과의 관계에서 정치 부패의 온상이 되어 왔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도 돈 공천과 관련한 풍문이 난무했다. ‘기초단체장 공천은 7당(當)6락(落)’(7억 원을 내야 공천을 받고 6억 원을 내면 못 받는다는 뜻)이고, ‘광역의원 공천은 3억 원’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실제로 2010년 4월 9일 전남 해남군수(민주당)와 4월 16일에는 여주군수(한나라당)가 공천과정에서 구속됐다. 그리고 그런 구조적 모순 속에서 2006년 민선 4기 출범 이후 4년간 기초자치단체장 230명 중 113명(49.1%)이 인허가와 공무원 채용 및 승진 등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그중 45명(19.6%)이 물러났다.
그리고 정당공천제를 통해 지방의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중앙정치 무대에 서게 한다는 일부 정치권의 논리도 허구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장차 자기에게 도전할 만한 인물은 단체장 후보나 의원 후보로 추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 속에서 1990년대 이후 기초자치단체는 거의 100%가 무소속이다. 중앙정치의 폐해를 깨달은 일본인들이 현명하게 선택한 결과다. 우리도 더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하루 빨리 정당공천제 폐지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로써 제19대 국회가 깨끗한 정치의 전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관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전 한국헌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