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허위인줄 알아도 비방목적 있어야 처벌”검찰 “묻지마 폭로 무제한으로 허용하자는 것”
민주통합당은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은 물론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 공표의 구성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우선 ‘허위임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 거짓인 줄 모르고 비방하면 처벌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공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허위사실을 공표하더라도 처벌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개정안의 부칙 경과규정에 ‘법 개정 전 종전 규정에 따라 확정판결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고 명시해 법이 통과되는 즉시 정 전 의원이 석방되도록 했다. 박 의원은 “헌법이 규정하는 선거의 공정성,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고 한다”며 ‘정봉주법’의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정봉주법’을 처리하되, 안 되면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뒤 19대 국회 개원 즉시 통과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정봉주법’이 민주당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야권 일각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정봉주 마케팅’에 열중하는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수감된 사람을 빼내기 위해 법까지 고치겠다는 것을 두고 위인설법(爲人設法) 또는 ‘정치적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법령 제·개정은 입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공식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250조는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인데, 처벌 범위를 축소하면 선거운동의 혼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가뜩이나 처벌이 어려운 공직선거법에 ‘허위의 인식’과 ‘비방 목적’을 엄격한 범죄 구성요건으로 추가하는 것은 ‘묻지마 폭로’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도 논의 과정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기존 법에 따라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 형 집행을 면제하는 내용의 부칙을 두는 것은 특정인에 대한 특혜”라며 “구체적인 사법권과 행정권 행사를 막는 입법이어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