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기자
여야는 모두 4·11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자 몸이 달아 있다. 정당이 국민의 눈에 들겠다는 걸 나무랄 이유는 없다. 문제는 방향이다.
한나라당에선 트윗질(트위터를 하는 행위)이 중요한 공천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 당에서 트윗질을 하지 않는 건 여전히 국민과 소통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간주된다.
더 근본적으로 트윗질은 과연 소통 행위인가. 한나라당 당권파가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이재오 의원은 누구보다 트위터에 열심이었다. 그런 그가 왜 당 내 인사들과도 소통하지 못했을까. 소통은 입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윗질에 열을 올리는 사람치고 다른 사람에게 귀 기울이는 이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 대중이 열광하자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슈스케 방식으로 뽑겠다고 나섰다가 민망하게 됐다. 참가인원이 한 달간 400여 명에 불과했다. 슈스케 방식을 도입하면 젊은 인재들이 구름같이 몰릴 줄 알았던 게 착각이다.
국민은 왜 정치인을 싫어할까? 트위터를 하지 않아서? 공천과정이 재미없어서? 그렇다면 트위터를 하고 공천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처럼 만들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대로 국민의 삶과 유리된 정치가 피부에 와 닿는 정치로 바뀔까?
요즘 지하철에는 한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패러디한 선전문구가 곳곳에 붙어있다. ‘KTX 민영화가 재테크인지 아닌지 애매∼합니다. 재벌이 눈독 들이면 재테큽니다. 그분(이명박 대통령을 지칭) 임기 내에 끝내면 재테큽니다. 다음이 젤 중요해요. (KTX 노선이) 그분 집 근처면 100% 재테큽니다.’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전국철도노조의 광고다.
“의원님, 약사들을 만나 해법을 찾아보시죠?”(보좌관)
“야! 안돼∼ 총선 앞두고 표 떨어질 일 있니? 그냥 트위터나 열심히 하자.”(의원)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알아야 대중을 천국으로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정치인을 싫어해도 정치를 싫어해선 안 되는 이유다. 정치를 외면하면 세상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