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오네요. 허허∼.”
유재학 프로농구 모비스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프로농구 최장수 사령탑인 유 감독이 31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맨 먼저 명지대 가드 김시래(178.4cm)를 낙점했다.
이날 모비스는 전년도 성적에 따라 SK, 오리온스, 인삼공사와 23.5%의 확률로 1순위 지명권을 다퉜다. 드래프트와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던 유 감독은 지난해 여름 평창 휘닉스파크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다 처음 홀인원한 효과를 본 셈이다. 유 감독은 “홀인원을 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좋다는데 진짜 그런가 보다”며 미소 지었다.
유 감독은 3라운드 1순위로 대학농구 2부리그 경기에서 67점을 퍼부었던 장동영(목포대 2학년)을 뽑은 뒤 2군으로 166.5cm의 단신 가드 원지승(초당대), 고교생 양준영(신림고)을 지명해 눈길을 끌었다.
2순위를 따낸 SK 문경은 감독대행은 나비넥타이로 멋을 낸 건국대 최부경(200cm)을 지명했다. 연세대 센터 김승원(202cm)은 오리온스에 합류했다.
왕년의 배구 스타 장윤창 씨의 아들인 연세대 장민국(198.6cm)은 1라운드 10순위로 KCC에 선발됐다. 초조하게 지켜보다 아들이 호명되자 가슴을 쓸어내린 장 씨는 “아들이 농구를 처음 할 때 KCC 허재 감독의 조언으로 갈 학교를 정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됐다. 허 감독과는 현역 시절 잘 알던 사이”라고 말했다.
이날 드래프트는 참가자 41명 중 19명이 1군 지명을 받아 46.3%의 지명률로 2009년(17명 선발·지명률 42.5%)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팀마다 전역자가 대거 복귀하는 데다 5월 혼혈 선수 드래프트, 10월 신인 드래프트 등으로 취업난을 부추겼다. 2군 드래프트에서는 8명이 지명됐다.
백지수 인턴기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