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자인 존 F 케네디가 1960년 제35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와스프 정치 독점의 종언(終焉)을 선언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나는 가톨릭 대선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우연히 가톨릭 신자일 뿐”이라며 종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백인의 백악관 독점이 깨진 것은 2008년이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힐러리 클린턴을 주저앉히고 제44대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를 미국 언론은 ‘검은 케네디’라고 불렀다. 상원의원 출신으로 40대에 대통령이 된 공통점보다는 미국 사회의 ‘비주류’로서 권력의 정점에 오른 상징성에 주목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모르몬교) 신자인 밋 롬니 후보가 큰 표차로 승리했다. 50개 주 경선 가운데 4개를 치렀을 뿐이고 후보확정 대의원 수 1144명 중 롬니가 확보한 대의원은 87명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가에서는 롬니의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졸업장에 매사추세츠 주지사, 유타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베인앤드컴퍼니 최고경영자 등 대선 후보 가운데 이보다 더 화려한 경력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