冠乎는 ‘관을 쓰는가’로, 冠은 명사에서 동사로 전성하였다. 奚冠은 ‘무슨 관을 쓰는가’ 묻는 말이다. 素는 장식하지도 않고 염색하지도 않은 흰 비단이다. 自織之與는 ‘스스로 그것을 짜는가’로, 與는 의문종결사이다. 以粟易之는 자신이 경작해서 수확한 곡식으로 그 素冠을 바꾼다는 뜻이다. 奚爲는 ‘어째서’이다. 의문사 奚가 개사 爲의 목적어로, 도치된 것이다. 害於耕은 耕作(경작)에 妨害(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처음에 陳相은 許行의 말을 전하여, 백성들과 함께 나란히 밭을 갈아 그 소출로 밥을 해 먹고 아침밥과 저녁밥을 손수 지어 먹으면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어진 군주의 이상이라고 제시했다. 爲政者(위정자)도 서민들과 똑같이 노동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맹자는 위정자는 정치를 分掌(분장)해야 하므로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나갈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연쇄적인 질문을 통해 陳相 스스로 ‘허행이 농사는 직접 짓지만 모자 짜는 일은 농사일에 방해가 되어 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