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시간별 매출-고객의 동선 등 다양한 자료 분석해 개선안 마련… 매출 급신장 가져와
DBR그래픽
미국의 한 대형마트는 시간별 매출 데이터로 소비 경향을 분석하던 중 특징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평일 오후에 매장에서 사탕과 청량음료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적립카드 데이터를 통해 사탕이나 청량음료를 구입한 고객을 파악해 봤더니 대체로 중년 부인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 대형마트는 왜 중년 부인들이 그 시간대에 사탕이나 청량음료를, 그것도 낱개로 구입할까 연구한 끝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오후가 되면 많은 주부가 하교하는 자녀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길에 장을 본다. 오후 2, 3시면 나른하기도 하고 피곤이 몰려올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부들은 장을 보는 김에 사탕이나 청량음료를 찾게 되고 자신 것에 자녀들 몫까지 구입하면서 낱개 판매가 늘어났다.
그리고 사탕과 청량음료가 생활용품이나 식자재 코너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부들이 자녀를 데리고 매장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마트는 계산대 바로 옆에 간이 진열대를 설치하고 그곳에 사탕과 청량음료를 배치했다.
이 개선안은 대성공을 거뒀다. 사탕과 청량음료 매출은 물론이고 물건 구입에 편리함을 느낀 주부들의 방문이 늘면서 다른 상품의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이 방식이 성공을 거두자 다른 대형마트는 물론 가전업체들까지 모방에 나섰다. 이후 계산대 앞에 작은 진열대를 따로 설치하는 방식이 유통업체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성공 사례의 핵심은 매출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 상품의 위치 정보를 함께 분석해 새로운 시사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매출 데이터를 통해 특정 시간대에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를 파악했고 고객 데이터를 통해 그 상품을 집중 구입하는 고객 계층을 알아냈으며 상품 위치와 고객 동선을 분석해 효과적인 개선안을 마련했다.
유통업체의 또 다른 사례 역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달걀이나 우유 등 유제품은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고객이 자주,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이다. 이런 상품을 구입하려고 마트를 방문한 고객은 쇼핑에 나선 김에 다른 상품도 함께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마트가 이 점을 노려 달걀이나 우유를 매장 출입문에서 가장 먼 곳에 배치한다. 고객의 마트 체류 시간을 늘려 다른 상품을 더 많이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가 분석한 수십 개 매장 중 대부분 매장에서는 우유와 달걀이 다른 상품과 함께 구매됐다. 하지만 몇몇 특정 매장에서는 우유와 달걀만 구입하는 고객 비율이 현저하게 높았다. 이들 매장의 위치와 주요 고객을 분석해보니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콕스는 이를 쇼핑 개념의 변화로 설명했다. 주부가 집안일을 모두 맡던 1960∼70년대에는 느긋하게 매장을 둘러보며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오늘날 고객은 매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어떤 것을 구매할지 대략 결정한 상태다. 특히 젊은 맞벌이 부부는 식료품 쇼핑을 빨리 해치워야 할 업무 중 하나로 인식하곤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우유 하나 사러 온 고객에게 온 매장을 헤집고 구석까지 가도록 하는 기존 매장 배치는 불편만 줄 뿐이다.
콕스는 반세기 넘게 이용된 기존 매장 배치의 통념을 뒤엎고 새로운 쇼핑 패턴을 제시했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다양한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통합적인 접근에서 나왔다.
과거에는 분석력의 한계로 다양한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수학적 알고리즘과 컴퓨터 연산 속도의 발달로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통합해 함께 분석하는 기술은 기존 통념을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이 글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8호(2월 1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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