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경찰서 “검사가 진정을 고소로 임의로 바꿔 이첩”
검찰이 진정을 고소사건으로 바꿔 경찰에 넘겼다가 경찰로부터 첫 재지휘 건의를 받게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에 규정된 경찰의 수사 재지휘 건의 권한을 경찰이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 남해경찰서 수사지원팀장인 허모 경위는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가 내려보낸 대출사기 사건에 대해 지난달 30일 재지휘를 공식 건의했다. 사건 당사자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이 고소가 아닌 진정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남해에 사는 박모 씨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해당 지역 금융기관이 200만 원을 갚으라고 독촉했다며 진주지청에 진정을 냈고 진주지청은 이 사건을 고소사건으로 바꿔 남해서로 지난달 12일 이첩했다.
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에 내려보낸 수사실무 지침을 통해 검찰에서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 가운데 고소 고발 사건이 아닌 진정이나 탄원, 풍문 등은 접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개정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에 따라 검사의 수사지휘는 받지만 고소 고발 등 수사 절차가 진행된 사건에 대해서만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다. 진정, 탄원 등은 내사에 포함돼 수사 지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진주경찰서도 남해서와 유사한 사유로 검찰 진정 1건에 대해 진주지청에 최근 재지휘를 건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편법으로 내사나 진정을 고소 고발 사건 형태로 내려보내면 재지휘를 건의한다는 게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관련 대통령령을 보면 사법경찰관이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검사 수사지휘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경우 해당 검사에게 재지휘를 건의할 수 있다는 이의제기 조항이 포함돼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