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중학생 자살’ 첫 공판가해학생 “반성” 고개숙여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D중 2학년 A 군(14)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로 구속 기소된 B 군(14)과 C 군(14)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일 오전 11시 반 대구지방법원 별관 5호 법정. 방청석(40석)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서 있는 방청객도 20명 정도였다. 법원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각 1명씩을 배치하던 법원경위와 공익근무요원을 4배로 늘렸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와 가해학생의 변호사, 그리고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 3단독 양지정 판사가 법정으로 들어오자 쑥색 수의 차림의 B 군과 C 군도 법정에 나왔다. 중학생인 이들은 교복 대신 수의를 입고 있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이들은 각자의 변호사 옆에 앉은 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A 군을 괴롭힌 혐의 내용과 총 102건의 증거목록에 대한 검사의 설명이 끝나자 양 판사는 변호사들에게 “이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두 학생의 변호사는 차례대로 “없다”고 짧게 답했다.
판사는 변호사가 아닌 가해학생들에게 “혐의 내용을 인정하고 반성하느냐”고 직접 물었다. 이들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말했다. 또 판사가 “C 군은 그동안 조사에서 범행 횟수와 물고문 등에 대해 부인했는데 법정에서 자백하는 것으로 정리해도 되겠느냐”고 되묻자 C 군의 변호사는 “네”라고 했다.
30분가량 진행된 공판 내내 가해학생들은 고개를 숙였지만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날 피해학생의 부모는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