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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안하면 소통도 안한다고 하니…공직자들 눈물겨운 ‘트윗질’

입력 | 2012-02-02 03:00:00

전직 장관의 트위터 ‘번개’ 모인 사람은 공무원-기자…
金총리는 자필 메모 쓰면 실무진이 사진 찍어 올려줘




▶ [채널A 영상] “나꼼수 서버가 압수됐다”…트위터 ‘시끌’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국무총리실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 총리는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직접 글을 올리는 다른 정치인, 관료들과 달리 손으로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국무총리실 페이스북


한나라당이 4·11총선 공천 후보자 심사에 ∑(시그마)와 log(로그)를 활용해 계산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지수를 도입하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한동안 이 복잡한 수학 공식이 화제가 됐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씨가 직접 만들었다는 공식의 취지는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 신인의 SNS 활동을 공정하게 측정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공식은 복잡하지만 결국 리트윗 100번과 트윗 한 번의 가중치를 동일하게 보는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블로그 포스팅이 이어졌다.

SNS를 안 쓰면 뒤처진다는 ‘SNS 강박증’이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서 자주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합동 워크숍에서 “SNS 시대에 장차관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각 부서 담당 직원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부 정치인과 관료들은 SNS를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정책과 치적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일부는 ‘SNS 보좌관’이 따로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국무총리실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 총리는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직접 글을 올리는 다른 정치인, 관료들과 달리 손으로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국무총리실 페이스북


트위터를 즐겨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한 전직 장관은 재직 시절인 지난해 트위터 팔로어들과의 ‘번개 모임’을 제안했다. 그러나 평일에 급조된 저녁 자리에는 일반인 트위터 친구는 거의 없고 출입 기자와 해당 부처 직원, 연예인과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마치 부처 공식행사 같았다.

김황식 총리의 ‘연필로 쓴 페이스북’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60대인 김 총리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직접 글자를 입력하지 않고 친필 메모를 적은 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최근에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오프라인 모임도 열었다.

총리실은 김 총리가 워낙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자필로 메모를 하면 실무자들이 사진을 찍어 총리실 페이스북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SNS가 필수 활동으로 강요되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