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스쿨 세워 취업 돕자 “미래를 선물해준 삼성, 생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근교 앨버턴에 있는 삼성 엔지니어링아카데미에서 현지 학생들이 전자제품을 분해 조립하면서 실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아카데미를 통해 아프리카 전역에서 2015년까지 1만 명의 엔지니어를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제공
○ “미래를 선물해준 삼성”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기술계 학교, 캐틀홍의 10학년생(한국의 고교 1학년에 해당)인 마차바 군이 엔지니어링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은 지난해 3월 6일. 삼성전자아프리카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지역에 있는 기술계 공립학교 4곳으로부터 성적이 우수한 10∼12학년생 120명을 추천받아 1년 과정의 엔지니어링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삼성은 학생들의 정규수업이 끝나면 매일 이들을 자체 교육시설로 데려가 최첨단 전자제품에 대한 이론 및 실습교육을 무료로 제공했다.
마차바 군은 “캐틀홍의 실습장비는 고장이 났거나 너무 낡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첨단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해볼 수 있는 엔지니어링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은 매일 매일이 신선하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청소부로 일하는 모친을 비롯해 삼촌, 이모, 여동생 등 8명의 가족과 함께 사는 마차바 군은 “나중에 삼성전자나 협력업체에 엔지니어로 취업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둥이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젊은층의 실업문제가 심각한 남아공에서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이 안정된 직업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취업을 하지 못한 일부 젊은이는 생계를 위해 절도나 강도 같은 ‘손쉬운’ 돈벌이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남아공에서는 대낮에 번화가 교차로에서 운전을 하다가도 강도에게 당하는 일이 흔한데, 이런 극심한 치안 불안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꿈을 주지 못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아프리카는 남아공에 이어 1일 케냐 나이로비에 두 번째 엔지니어링아카데미를 열었다. 3월에는 나이지리아에도 개설할 예정이다. 체니예 책임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도 엔지니어링아카데미를 계속 확산해 2015년까지 1만 명의 엔지니어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에서처럼 다른 곳에서도 엔지니어링아카데미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최대한 제공할 예정이다.
○ 만델라도 “생큐 삼성”
삼성전자아프리카의 CSR 활동은 교육 부문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밀착형 CSR 활동에서도 삼성전자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을 능가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한 예로 아프리카의 정신적 지주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노년을 보내고 있는 쿠누에서 삼성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커뮤니티센터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 14일. 삼성전자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모친의 정신이 깃든 건물이 낡아 무너질 위기라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건물을 개보수해 주고, 덤으로 훨씬 큰 커뮤니티센터를 지어 지역사회에 기증했다. 삼성전자는 커뮤니티센터 개소 당시 본사 및 아프리카법인 직원, 삼성서울병원 직원 등 60여 명을 보내 전방위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개소식에는 만델라의 부인 그라사 마셸 여사가 참석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고, 남아공의 공영방송 등 미디어들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커뮤니티센터는 종교행사, 결혼식, 장례식 장소로 쓰인다. 만델라 가문의 일원으로 커뮤니티센터의 사무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나 만델라 씨는 “전에는 텐트를 치고 결혼식, 장례식을 했지만 바람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텐트가 무너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삼성이 우리를 이런 불안에서 해방시켜 줬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센터에 인접한 노모스코 초등학교의 아딜레이디 마디비 교장도 “커뮤니티센터에서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주요 행사를 하면서 학생과 주민들이 삼성을 통해 한국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쿠누와 같은 남아공 농촌지역에선 아직도 많은 주민이 삼성을 중국 회사로 알고 있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CSR 활동이 ‘코리아’ 국가브랜드 제고에 기여하는 측면은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쿠누 지역 농민들을 돕기 위한 농업 프로젝트도 지원하고 있다. 트랙터로 농지를 개간하고 옥수수 등 씨를 뿌린 뒤 염소가 농작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쿠누 현지에서 이 프로젝트의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자원봉사자인 한국유네스코위원회 김명선 씨는 “25만 원 정도면 한 가구가 자급자족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며 “삼성의 지원이 많은 주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아프리카 진출이 늦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기업 인지도나 호감도 측면에서 오히려 앞선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CSR 활동 덕이다. 이는 현지 전문기관이나 언론의 평가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해 브랜드아프리카라는 브랜드 조사기관은 삼성전자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자 브랜드’ 1위,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전자 브랜드’ 1위로 각각 선정했다. 또 전국 일간지인 선데이타임스는 삼성전자를 ‘남아공 최고의 소비자 전자제품 브랜드’로 뽑아 최고 브랜드상을 수여했다.
삼성전자아프리카 관계자는 “쿠누에 대한 지원도 조건 없는 호의에서 출발했지만 아프리카의 모든 고유명사 중 가장 많은 존경과 사랑이 담긴 세 글자인 ‘만델라’의 후광 효과는 우리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혜택을 안겨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 ‘阿전용제품’으로 소비자 마음도 잡았다 ▼
전원 나가도 온도 유지 냉장고… 모래바람도 견디는 에어컨…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고향인 쿠누에 다 목적 커뮤니티센터를 지어줬다. 박광기 삼성전자아프리카 총괄(오른쪽)이 만델라 전 대 통령에게 완공증명서를 전달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사하라 사막 이남에 있는 아프리카 50개국에서의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박광기 삼성전자아프리카 총괄(전무)이 2010년 1월 부임한 이후 아프리카 43개국을 돌면서 얻은 결론이다.
“아프리카는 전력이나 통신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없는 곳이 많고 그나마 전기가 들어오는 곳도 예고 없이 끊기는 사례가 다반사입니다. 심한 모래바람 때문에 전자제품이 금방 고장 나는 일도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첨단제품이라도 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프리카 전용제품(Built for Africa)’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내놓은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듀라 쿨 냉장고’다. 이 제품은 예고 없이 전원이 끊겨도 3시간 이상 온도를 영하로 유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아프리카 전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태양광 전원 넷북컴퓨터도 아프리카 전용제품을 만들기 위한 R&D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전원이 불안정해도 안정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TV, 기기 1대로 다른 2개의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온도와 습도가 높고 모래바람이 심해도 고장이 나지 않는 에어컨 등도 마찬가지다.
요하네스버그·쿠누=천광암 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