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형위 ‘나경원法’ 논의기존 벌금형서 처벌 강화 검토
▶ [채널A 영상] 정치권 아바타 대결 ‘정봉주법 vs 나경원 법’…승자는?
선거에서 허위사실로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는 ‘치고 빠지기 식’ 흑색선전을 일삼는 선거사범을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나경원법’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본격 논의에 나섰다.
▶본보 1일자 A1·3면 “나경원法이 필요하다”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사범을 과거보다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양형기준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후보자 등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되면 벌금형이 주로 선고되는 현행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다음 달 5일 예정된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 징역형으로 엄벌다음 달 열릴 양형위 전체회의에서는 흑색선전 사범에게 벌금형 대신 징역형을 선고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징역형은 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화되는 벌금형과 결과는 같다.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집유 기간에 새 범죄를 저지르면 곧바로 실형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처벌 효과가 크다.
▼ “총선부터 엄해진 양형 적용”… 치고 빠지기 나쁜 버릇 고친다 ▼
경쟁 후보자나 유권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종전대로 실형이 선고되도록 양형기준을 정비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는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1심에서 벌금형 선고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 비판을 불러온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양형위는 나경원법의 경우 기본적으로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국회의 고유권한이어서 먼저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을 마련한다면 양형위 차원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양형기준 제정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 이번 총선부터 강화된 기준 적용양형위가 흑색선전 사범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키로 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사실상 풀리면서 이번 총선이 그 어느 선거보다 흑색선전이 난무할 조짐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또 흑색선전으로 피해를 본 후보자는 선거에서 치명상을 입고 선거가 끝나버리는 반면 허위사실을 유포한 관련자는 가벼운 처벌을 받는 고질적 병패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양형위 관계자는 “과거 선거에서는 선거 직전에 국회에서 강화된 처벌기준을 마련하면 양형위가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식으로 진행돼 해당 선거에서 기소된 불법 선거사범에게 새로운 처벌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었다”며 “4월 총선의 선거사범에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도록 관련자 재판이 시작되는 9월 전까지 새 양형기준을 설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야누스의 두 얼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큰 타격을 입힌 ‘1억 원 피부숍’ 허위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엿새 앞둔 지난해 10월 20일이었다. 당시 나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나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을 할지, 조만간 예정된 TV 연설을 통해 반론을 펼지를 두고서 격론이 벌어졌다. 결론은 TV 연설 쪽으로 모아졌다. ‘사건 발생’ 사흘 뒤인 23일 나 후보는 KBS 9시 뉴스 직후 프라임시간대에 TV 연설을 했다. 그는 “엄마로서 결코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딸아이의 문제까지 그들은 이용했다. 장애(다운증후군)를 가진 제 딸아이의 병원 치료 사실까지 왜곡하고 이제는 근거 없이 고액 성형수술 의혹까지 지어내고 있다. 이것은 정치 테러다. 그들은 500여만 원의 치료비를 1억 원이라고 부풀렸다. 기가 찰 흑색선전이다. 제 인격을 걸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나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이 연설로 피부숍 논란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SNS 텍스트 분석기업인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피부숍 논란과 관련해 나 후보에게 긍정적인 언급량은 20일 당시 30.4%에서 23일 17.9%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부정적인 언급량은 같은 기간 69.6%에서 82.1%로 오히려 12.5%포인트가 뛰었다.
10·26선거 하루 전인 25일 두 차례 TV 연설을 통해 나 후보는 거듭 억울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도 트위터에서 나 후보에 대한 부정적 언급량의 비율은 67.3%에 달했다. 선거 당일 긍정적 언급량이 절반을 넘었지만 여론의 무게 추는 이미 기운 뒤였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