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의 시작은 관심거리 찾기부터
심옥령 청심초등학교 추진위원장
어떤 이는 글 쓰는 능력을 재주라고 표현합니다. 소설이나 시를 쓸 때는 문학적인 감수성과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아는 내용, 내가 생각한 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써의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1. 토성에 푹 빠져 별을 소개하는 글 써내
아이는 지난 한 달 동안 과학시간에 우주, 특히 태양계를 중심으로 공부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여러 별 중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별을 하나 정하고 이 별이 어떤 별인지, 왜 좋아하는지, 특징이 무엇인지를 정리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관심이 있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을 정하고 왜 그 사람에게 이 별을 소개하고 싶은지를 포함하여 글을 썼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자기 글을 보여주고 싶은지 궁금했습니다. 학생은 우주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토성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는데 교실을 지나가던 제가 자주 멈춰 서서 자기들을 지켜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기가 공부한 아름다운 별의 이야기를 제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자녀에게 글을 쓰라고 합니다. 주제가 잘 드러나게 써라, 자세히 써라, 정성껏 써라, 느낌을 살려 써라….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써야 주제가 잘 드러나고 느낌이 잘 살아나는지는 지도하지 않습니다.
2. 쓸거리 정한 뒤엔 보여줄 대상 정해야
쓸거리를 정했으면 다음 2가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첫째, 글을 읽을 대상이 명확해야 합니다. 둘째,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 어린이는 대상을 교감선생님으로 정했고, 자신이 하는 공부에 관심을 가진 교감선생님에게 가장 좋아하는 별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니 얼마나 신났을까요?
아이가 글을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과학 수업으로도 이렇게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확하게 정리하고,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방법까지 스스로 익혔다는 점이 보기 좋았습니다.
3. 소재는 무궁무진… 신문속엔 매일 한가득
글쓰기 소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신문은 이런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제공하는 정말 좋은 도구입니다. 동아일보 1월 27일자 A23면에는 ‘우리 집 개는 왜 내 옷을 물어뜯을까’라는 제목으로 과학동아 2월호를 소개하는 글이 보입니다. 어린이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입니다. 이 기사로 글을 쓰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볼까요?
②기사 읽기: 부모와 자녀가 한 단락씩 차례로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이런 식으로 하면 다른 사람이 읽는 내용을 듣는 공부까지 하게 됩니다. 어려운 낱말이 나오면 함께 이야기해야겠지요. 자녀들은 원래 예측했던 내용과 비교하면서 기사의 내용을 이해할 겁니다.
③기사 속에서 알게 된 사실 말하기: 기사를 다 읽으면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돌아가며 이야기하세요. 사실을 먼저 말하고, 의견을 나중에 말하는 식으로요. 그래야 사실과 의견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④기사 내용 정리하기: 기사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4개 단락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하게 합니다.
⑤돌아가며 말하기: 표에 정리한 내용을 돌아가며 말해보세요. 의견이 서로 다르면 토의를 하면 되겠죠.
이제 반려동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됐죠? 글을 쓸 자료를 충분히 모았으니 글을 쓰면 됩니다. 누구에게 어떤 글을 쓰게 하면 좋을까요? 예를 들어 보도기사처럼 쓰면 어떨까요? 이 일이 우리 집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가족신문에 실을 내용으로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보세요.
①단계: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합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 여섯 가지가 육하원칙입니다.
②단계: 위에 정리한 내용을 기사로 씁니다.
③단계: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고 이상하거나 잘못된 표현이 있으면 고칩니다. 스스로 고치고 나서 다른 가족이 확인하면 더 좋겠죠?
④단계: 가족신문에 실을 수 있게 종이에 옮깁니다.
글은 목적과 대상에 맞게 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글의 재료를 마련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 편의 짧은 글을 쓰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일은 뭔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이므로 결코 쉽지 않습니다. 유명 작가도 자기가 쓴 글을 수십 번 고친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지도하는 분들은 10편의 글을 쓰기보다는 1편의 글을 10번 이상 수정해 완성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심옥령 청심초등학교 추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