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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19세기의 다이애나’ 두 빛깔로 느껴보세요

입력 | 2012-02-02 03:00:00

■ 뮤지컬 ‘엘리자벳’ 주연 김선영-옥주현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주역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국내 최고의 뮤지컬 디바 김선영(왼쪽), 옥주현 씨. 김 씨는 옥 씨의 가창력을 칭찬했고 옥 씨는 김 씨의 섬세한 표정 연기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1999년 뮤지컬 ‘페임’(메이블 역)으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로 한우물만 팠던 김선영 씨. 1998년 결성된 원조 걸그룹 ‘핑클’ 멤버로 대중의 인기를 누리다 2005년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아이다’의 주역으로 깜짝 데뷔한 옥주현 씨.

이력은 다르지만 둘은 현재 국내 뮤지컬계를 주름잡는 최고의 ‘디바’다. 두 사람은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의 타이틀 롤인 엘리자벳 황후로 맞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뮤지컬의 연습 공간인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언니랑 ‘더블’이 된 걸 보면 제가 그래도 많이 성장했나 봐요.” 옥 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김 씨는 “이 친구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 궁금했는데 이번에 작품 같이 하면서 알게 된 옥주현 씨는 정말 재밌고 웃기다. 털털하고 거리낌도 없고 연예인 티도 안 나고 나처럼 단순해서 맘에 든다”고 말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극적인 삶과 뛰어난 미모로 사랑받았고 ‘19세기의 다이애나’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이건 내 얘기란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상반된 답변이 나왔다.

“아주 말괄량이고 자유분방한 여성인데 나중에 황후로 답답한 삶을 살잖아요. 타고난 성격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져요. 저도 나름 굉장히 자유로운데 직업상 자유롭지 못해서 상처를 받기도 하죠.”(옥 씨)

반면 김 씨는 “한 번도 (극 중 인물처럼) 극단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면서 “호화로운 궁전에 살지만 자기 영혼이나 정신을 채울 수 없었던 엘리자벳의 고독감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연기한다”고 말했다.

옥 씨는 얘기 도중 “한때 굉장히 외롭고 힘든 때가 있었다”며 잠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외로움과 상처를 묻고 삭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그때 미처 보듬지 못했던 외로움과 상처들을 만났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역할을 맡았으니 선의의 경쟁심도 있지 않을까.

김 씨는 “그런 점을 많이 궁금해하지만 별로 없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기보다는 색깔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며 “이 친구(옥주현)는 가창력이 뛰어나고 생각보다 여성스러워 엘리자벳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옥 씨는 작품 중 한 대목을 꼽으며 김 씨를 칭찬했다. “2막 뒷부분에 엘리자벳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죽은 아들 루돌프가 애지중지하던 배를 물가에 띄우면서 노래하는데 정말 세속적인 감정을 다 초월한 상태가 되어 부르는 노래거든요. 언니가 노래할 땐 정말 모든 걸 초월한 모습이에요. 나중에 공연을 직접 보시면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아실 거예요.” 이 대목에서 김 씨가 불쑥 말했다. “그걸 느꼈구나, 독사 같은 것.”(웃음)

서로에 대한 칭찬은 계속 이어졌다. 김 씨는 “이번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연습기간이 길어 어떤 배우나 정체하거나 후퇴하기도 하는데 옥주현은 계속 발전한다. 공연 막바지인 5월쯤에는 어디까지 가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제 두 사람도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겼다. 여배우로서 자신의 나이를 어떻게 느낄까.

옥 씨는 “무대에서 10대 연기를 하기엔 민망한 나이지만 아직 크게 나이를 의식하지 못한다”고 했고, 김 씨는 “몇 년 전부터 나이 든 걸 느끼지만 운 좋게도 계속 내 나이에 맞는 역할과 작품을 만났다. 앞으로도 나와 인연이 있는 작품을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5월 13일까지. 3만∼15만 원. 02-6391-6333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