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5000원 ‘스페셜티’부터 5만 원 호가 ‘루왁’까지
서울 중구 남산동의 전광수커피 명동본점에서 한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전광수 사장은 19년 경력의 커피 로스팅 전문가다.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고급 커피숍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커피 원두는 품질에 따라 커머셜, 프리미엄, 스페셜티 등급으로 나뉜다. 스페셜티 커피는 1974년 미국의 유명 차·커피 전문잡지인 ‘티 앤드 커피 트레이드 저널’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무역항에서 품질이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가 뒤섞이는 걸 방지하는 차원에서 커피의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게 그 시초다. 이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기준을 마련하면서 개념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SCAA는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획득한 커피에 스페셜티 커피 자격을 부여한다. 원두를 갈았을 때 향이 좋아야 하고 물을 부었을 때와 물에 젖어있을 때, 물에 넣어 저은 뒤 모두 맛과 향이 좋아야 한다. 이 중에서도 최상급은 컵오브엑설런스(COE) 커피로 분류된다. 티앤드커피트레이드저널에 따르면 미국 커피 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0%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2009년 말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K)가 생겨 현재 회원사가 약 200곳에 이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빈커피를 비롯해 △서울 종로구 관철동 카페뎀셀브즈와 동작구 사당동 커피소사이어티 △부산의 커피이야기와 모모스 △강원 원주의 커피라디오와 강릉 테라로사 등이다.
주빈커피(위)는 고급 원두에 속하는 스페셜티 원두만 사용한다. 사진에 보이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매장 외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등에도 입점해 있다. 아래는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전광수 커피’ 명동본점 모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아예 애초부터 비싼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판매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루왁. 루왁 커피는 커피체리만 먹고 사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나온 원두를 정제한 뒤 원액을 추출한 것이다. 루왁 커피에선 진한 초콜릿과 캐러멜향이 묻어난다. 2009년 호텔신라가 루왁커피를 선보이면서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칼릭스’, 서울 대학로 ‘카페루악’ 등 로드숍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작년 4월 문을 연 칼릭스는 루왁으로만 만든 아메리카노는 5만 원, 루왁 5%에 아라비카 95%를 섞어 만든 커피는 8800원에 판다. 김은수 칼릭스 사장은 “루왁 5% 커피가 주로 팔리는데 하루에 50잔에서 많게는 100잔까지도 판매된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김슬기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