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한 기운 보충”… 동서양 불로장생 묘약으로
우리나라만 해도 조선후기의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참깨는 신선이 먹는다는 선약(仙藥)에 가까운 식품이라고 극찬을 해놓았다. 뽕잎가루와 참깨 등을 섞어 만든 약을 석 달 정도 복용하면 몸에 윤기가 돌고 반년을 먹으면 모든 병이 사라지며 계속 복용하면 하얀 수염이 검어지고 다리에 힘이 생기며 눈도 밝아지니 자연히 오래 살 수 있는데 신선이 먹는 음식 중에서도 최상의 식품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뽕잎가루와 검은 참깨로 약을 만드는 방법은 호승(胡僧), 그러니까 서역에서 온 승려가 비밀스럽게 전한 비법이라고 했으니 참깨를 신선들이 먹는다는 불로장생의 묘약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도홍경은 옛날부터 전해지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처방을 모아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라는 고대 의학서를 정리하고 주석을 달았는데 “참깨는 허한 기운을 보충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적어 놓았다.
참깨를 신선의 음식으로 생각한 것은 우리나라나 중국뿐만이 아니다. 참깨의 원산지는 중동 지방이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였던 아시리아에서 처음 참깨를 식용으로 재배했다는데 이곳에서도 참깨를 불로초로 여겼다.
아시리아의 천지창조 신화에서는 신이 인간세상을 만들기 전에 참깨로 술을 빚어서 마셨다고 한다. 참깨를 창조의 작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음식으로, 또 인간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신이 먹었던 식품으로 해석한 것이다. 또 고대 힌두 전설에서도 참깨 씨앗을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했으니 고대에는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서 참깨를 불로초라고 여겼다.
신화시대를 지나서도 참깨를 에너지의 원천으로 여겨 고대 그리스의 병사들은 전쟁 때 참깨를 전투식량으로 지참했는데 적은 양으로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종실록에 “참깨 열 말을 뇌물로 받은 자가 있으니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고 성종실록에는 임금의 장인인 부원군이 “자신의 하인이 참깨 두 섬을 뇌물로 받았다는 고발이 들어왔는데 사실과 다르니 혐의를 벗겨 달라”며 상소를 올렸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만큼 예전에는 참깨가 귀했던 모양이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