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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홀몸노인 집 화재땐 구조인력 추가 투입”

입력 | 2012-02-03 03:00:00

강남소방서 관내 주소지 수집
소방방재청도 전면도입 검토




지난달 강남소방서 석명희 소방경이 관내 홀몸노인의 집을 방문해 자력대피곤란자 인명구조 프로그램을 위한 사전 조사를 하고 있다. 강남소방서 제공

지난해 2급 시각장애인 정모 씨(45)는 성탄절을 3일 앞두고 참변을 당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의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집주인 부부와 다른 세입자는 빠져나왔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정 씨는 나오지 못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진화에 사용한 물이 얼어 정 씨의 시신은 12일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다. 당시 소방대원은 정 씨가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란 사실도 몰랐다.

화재 현장에서 대피가 어려운 장애인과 홀몸노인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 강남의 ‘제복’들이 나섰다. 강남소방서는 2일 “화재 발생 시 현장 주변 장애인과 홀몸노인을 보살피는 ‘자력대피곤란자 인명구조’ 프로그램을 3월 초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소방서는 지난달 10일부터 관내 장애인과 홀몸노인의 주소와 연락처를 파악하고 있다. 불이 나면 강남소방서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인근에 거주하는 자력대피곤란자 명단을 통보하고 필요 시 대피를 도울 추가 인원을 현장에 보내게 된다.

강남소방서 직원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돼 관내 장애인과 홀몸노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먼저 강남구를 설득해 장애인과 홀몸노인 1만7400여 명의 주소를 받아 실제 거주하는지, 대피 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구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과 홀몸노인은 직원들이 관내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파악 중이다. 강남소방서 예방팀 신영탁 소방장은 “형편이 부유한 홀몸노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인단체를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며 “주소 제공을 꺼리던 주민들도 오히려 고맙다고 손을 잡아 준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도 강남소방서의 ‘자력대피곤란자 인명구조’ 프로그램 성과를 본 뒤 전면 도입을 검토 중이다.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구재현 교수는 “화재 발생 시 장애인과 홀몸노인은 스스로 대피가 어려워 연기로 인한 질식사 위험이 비장애인보다 컸다”며 “현장의 장애인과 홀몸노인을 소방관이 미리 파악하면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