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퍼주다 망해도 성공”… 6년전 소액대출운동, 미소금융 길 터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거룩한 빛 광성교회는 평일에도 도서 대출과 교양 강좌, 콘서트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교회는 한국 교회를 위한 성장과 개혁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자원봉사자들이 이웃 나눔을 위해 김장을 하고 있다. 거룩한빛 광성교회 제공
“아생교회사(我生敎會死), 목사가 살면 교회가 죽습니다. 목사가 적게 먹고, 어렵게 살고, 투명하게 살지 않으면 한국 교회에 희망이 없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님의 종이라면서 부끄러움은 없어야죠.”
그는 주일(일요일) 예배 때 출석 신자 수와 십일조 등 헌금 액수가 적힌 서류를 보여줬다. “보세요. 10만 원, 20만 원…. 500만 원도 있습니다. 말이 수입의 10분의 1이지 쉽지 않은 액수입니다. 이걸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됩니다. 신자들이 목사와 교회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정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원로목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6년 주기의 신임투표도 있다. 목회자가 사업가도 아니지 않느냐며 보너스도 없앴다.
교회의 예산 중 51%는 사회복지와 선교 등 외부를 위해 쓰는 것이 원칙이다. 2006년부터 담보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100만∼1000만 원씩 대출해 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도 벌여 왔다. 이 교회의 모범적 사례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대출인 미소금융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교회의 소액대출은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피뱅크’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회는 2007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해피월드를 통해 노인 복지 홈과 주야간보호센터 등을 운영하며 노인들의 취업 알선과 직업 교육을 하고 있다. 교회 내의 전문 인력을 활용해 파주노인복지회관과 문산종합사회복지관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중견 목회자들의 모임인 미래목회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정 목사는 개신교가 교회와 교단, 나아가 사회 속에서 마음의 문을 크게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권선거 시비에 이어 내부 갈등으로 표류 중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상식이 제일 통하지 않는 곳이 교계입니다. … 목사들이 무슨 단체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돈봉투를 돌리고, 서로 비난하고, 고발하고, 자리다툼을 하는지 창피해서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 정도가 되니 누가 목사의 말을 믿겠습니까.”
“교회는 퍼주다 망해도 성공”이라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천국을 파리바게뜨 본점에 비유하면 지상의 교회는 그 지점쯤 되는 것 아닙니까. 지점이 똑같은 빵은 못 만들어도 비슷한 냄새는 풍겨야죠. 향기로운 빵 냄새는커녕 악취만 진동해서야 되나요?”
▼ 정성진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김홍태 목사 ▼
‘헌신’의 참뜻을 일깨워준 내 인생의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