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언어, 정종기. 아트블루 제공
“얘, 넌 작가니까 혹시 알지 모르겠다. 엄크가 뭔지 아니? 어제 엄크 떠서 쥐쥐 했다는데.”
엄크? 모르는 단어였어요.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어요. ‘엄크’란 엄마와 영어인 크리티컬의 합성어로, 친구가 물어본 그 문장은, 엄마가 갑자기 들어와서 치명적으로 방해를 받아 게임을 끝냈다는 뜻인가 보더군요.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 보니 청소년의 은어에 정말 소통 불가한 것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아이 1: 야, 지금 김천 앞에서 애들이 웬 찐찌버거 때리는 거 봤냐?
아이 2: 알아. 안여돼 주제에 노페 입고 설쳤다며?
요즘엔 ‘청소년은어사전’이라는 앱도 생겼다는군요. 외국어도 아니고 외래어도 아니고, 그야말로 통신상에서 난무하는 이런 말들을 이름하여 ‘외계어’라고 한다지요. 청소년이 마치 신인류라도 되고, 기성세대는 원시인이라도 되는 듯 말이 안 통하는 우리는 지금 어느 별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이런 세대 간의 소통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은어로 뭉쳐진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또래문화는 예전에도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또래문화 안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소통 부재의 문제입니다. 사실 요즘 대놓고 상대를 안 해주는 ‘왕따’나 손찌검, 발길질, 주먹질 같은 위험한 ‘보디랭귀지’가 더 큰 문제지요. 그런 폭력이 학교 안이든 밖이든 어디에서든 성행하고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화가가 그린 이 그림을 바라보는 것도 고통스럽군요. 또래에서 벗어나 홀로 자신의 그림자 위에 고개를 떨구고 외롭게 앉아있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 안쓰러워 등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존재의 불안을 앓고 있는 어린 영혼들에게 어떡하면 다가갈 수 있을까요? 그들만의 언어, 즉 그들만의 세계와 영혼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참! 위의 퀴즈의 정답을 알려드릴게요. 불완전하고 저속한 언어지만 일단 알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아이1: 야, 지금 김밥천국 앞에서 애들이 웬 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 같은 애 때리는 거 봤냐?
아이2: 알아. 안경 쓴 여드름 돼지 주제에 노스페이스 점퍼 입고 설쳤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