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제일 큰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의 경기 중에는 유명 레슬러가 자기 맞수와 다른 선수가 벌이는 경기의 심판을 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공정하게 경기를 진행하겠다며 경기용 짧은 팬츠 대신 검은색 세로줄무늬 심판복을 입고 링에 오르지만 행태는 가관이다. 맞수가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술을 가하려 하면 잠시 경기를 중지시킨다. 점입가경은 갑자기 심판복을 벗어 던지고 상대 선수와 힘을 합쳐 맞수를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곤 시치미를 뚝 떼고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 올린다.
▷스포츠는 선수들이 따르기로 합의한 공정한 규칙을 전제로 한다. 그 규칙에 따라 경기를 순조롭게 이끌고 판가름하는 심판은 필수다. 심판이 오심(誤審)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경기의 일부”라며 선수들은 승복한다. 정당의 공천심사는 그런 면에서 스포츠와 다를 바 없다. 합의된 기준에 따라 심판(공천심사위원)이 선수(후보등록자)들을 비교하고 승부(공천 여부)를 결정한다. 여야 모두 공천심사위원 선정을 두고 잡음이 적지 않다. 알고 보니 부적격 심판이 있었다. 자기 편 심판이 배제됐다고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민동용 주말섹션O2팀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