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에게 그리스 영화 ‘송곳니’ 추천… 이유는 잘 알겠지요?
영화는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영화는 치유의 매개체이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장난의 방편이기도 하며, 때론 마음을 고문하는 고통스러운 칼날이 되기도 한다. 자, 지금부터 나는 ‘국내외 화제의 중심에 선 인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영화를 권해드리고자 한다. 이 영화로 치유 또는 고통 받으시길.
①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란 이름의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로 최근 국제대회에 출전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를 추천합니다. 전쟁이 만든 운명의 장난으로 처음엔 일본군으로, 다음엔 소련군으로, 마지막엔 독일군으로 참전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거울처럼 비쳐 보시길. 군복은 바뀌어도 마라토너의 꿈을 접지 않은 주인공처럼 유니폼은 바뀌어도 쇼트트랙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은 변치 말기를.
② 걸 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애니메이션 ‘월·E’를 추천합니다. 멸망하고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 지구에 월·E라는 로봇과 바퀴벌레 딱 한 마리만이 살아남아 영원한 우정을 나눈다는 얘기. 왜 이 영화를 추천하느냐고? 올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데, 혹시 멸망하더라도 나랑 제시카랑 딱 둘만 지구상에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이기적 소망을 담은 영화이기 때문이에요. 흐흐. 제시카! 그대가 있기에 내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처럼 나날이 어려져요.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SF 영화 ‘패컬티’. 동아일보DB
④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엘과 ‘틴탑’의 멤버 천지=너희들이 하도 잘생겨서 소녀들이 추종하는 바람에 요즘 내 여중생 조카도 너희 나오는 TV 프로 챙겨보느라 공부를 안 해 전교 꼴등한다. 응징하는 뜻에서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명상적 영화를 너희에게 추천해 주마. 아마 보다가 지루해서 죽을 걸?
⑤ 최근 일본 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한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당신에게는 일본 영화가 적합할 터이니 ‘아내의 동창회’나 ‘에츠코의 음란한 비밀’, 아니면 ‘IT 버블과 같이 잔 여자’ 같은 일본 에로영화를 적극 추천합니다. 제목만 보고 무지하게 기대하고 봤다가 결국 하나도 야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순간 밀물처럼 밀려드는 배신감과 상실감을 그대에게 선물하노라!
⑥ 새까만 겨울점퍼 떼로 입고 다니며 몰려다니는 중고교 ‘1진’들=너희에겐 영화 ‘맨 인 블랙’을 추천하마. 까만 옷 떼로 입고 다니려면 약한 애들이나 괴롭히는 대신 지구를 지킬 정도의 포부는 있어야지…. 아, ‘패컬티’라는 영화도 추천해주마. 이 영화, 외계생물체에 감염된 고등학교 교직원들이 휙 눈이 뒤집혀서 학생들을 인정사정없이 도륙하는 내용이다. 이거 보고 선생님들 무서운 줄 알아라.
가부장적 아버지의 운명적 결말을 담은 그리스 영화 ‘송곳니’. 컴퍼니 엘 제공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