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馬가 지켜본 인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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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하는 ‘워 호스’는 스필버그식 가족영화와 묵직한 시대극의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말과 소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영국 시골소년 앨버트(제러미 어빈)와 그의 애마 조이가 전쟁으로 인해 헤어졌다가 재회하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우정과 가족애, 희망 등 전통적인 가치를 그린다. 장르는 다르지만 외계인과 소년의 교감을 그린 ‘E.T.’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다.
특이한 것은 영화의 흐름이 말 조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는 점. 전쟁이 터지면서 ‘군마(軍馬)’가 된 조이는 영국과 독일군, 프랑스 민가를 오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한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거나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감독은 “등장인물의 국적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 관심을 갖고 전쟁 중에 나타나는 휴머니티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북미에서 지난해 말 개봉했던 영화는 이미 전 세계에서 1억1800만 달러(약 1321억6000만 원) 이상의 흥행수입을 거뒀다. 26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최우수작품상과 촬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2세 관람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