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전래후 한국化… 겨울철 ‘거리음식’으로 인기
간혹 우리말 어묵과 일본말 오뎅을 동의어로 쓰기도 하는데 어묵과 오뎅은 엄연히 다르다. 어묵을 재료로 해서 만드는 음식이 오뎅이기 때문이다.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면 오뎅은 어묵, 두부, 곤약, 무, 계란 등을 꼬치에 꿰어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에 끓인 음식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혹은 두부에 된장을 발라서 꼬치에 꿰어 구운 음식이라는 풀이도 보이는데 일본 전통 오뎅에 관한 설명이다.
일본 ‘어원유래사전’에서는 오뎅이 전악(田樂)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밭 전(田)’과 ‘음악 악(樂)’이라는 글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밭에서 부르는 노래, 다시 말해 농악이라는 뜻이다. 농악을 의미하는 전악에서 뒤에 있는 악(樂)자를 떼고 대신 앞에는 존칭을 나타내는 접두어(御)를 붙인 것이 바로 어전(御田), 즉 오뎅이라는 단어다.
오뎅의 어원이 되는 전악(田樂), 일본말로 ‘덴가쿠’는 12세기 무렵에 유행했던 일본 전통 농악이며 동시에 농사를 지을 때 추는 춤이다. 모내기를 비롯해 밭에 씨를 뿌리면서 풍년을 기원하며 불렀던 노래와 춤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어묵꼬치 오뎅과 일본의 전통적인 민속 농악인 덴가쿠의 관계에 대해 일본 ‘어원유래사전’에서는 두부를 꼬치에 꿴 모습이 옛날 일본 농부들이 풍년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며 농악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과 비슷하게 닮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말하는 오뎅이라는 일본의 음식 이름이 풍년을 기원하며 춤추는 고대 일본 농부의 모습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엉뚱하다.
참고로 옛날 일본 오뎅은 어묵을 끓이는 대신 두부를 꼬치에 꿰어 산초를 으깨어 섞은 된장 등을 발라서 굽는 형태였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두부 산적과 비슷한 형태의 요리가 일반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음식이 보인다. 정약용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서 친구들이 모여 두부를 꼬치에 꽂아 닭고기 국물에 지져 먹는다고 적었고 또 두부에 된장을 발라 굽는다고도 했다. 낙지가 아닌 두부로 만드는 전통 연포탕의 한 종류다. 우연의 일치인지 혹은 음식문화 교류의 결과인지 우리의 전통 연포탕과 일본 전통 오뎅은 상당 부분이 닮았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