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기·길이 43cm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에 거주한 튀르크계 기마 유목민족인 훈족은 5세기 중엽까지 강성했다. 4∼5세기 훈 시대의 금 공예품은 여러 가지 색깔의 보석을 상감하고 그 주위에 금 알갱이를 둘러가며 붙이는 누금세공 기법이 특징이었다. 보석 상감은 사르마트 문화에서도 보였으나 훈 시대에는 보석의 크기가 커지고 홍옥수나 석류석처럼 붉은색 보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눈에 띈다. 이러한 양식의 금 공예품은 동쪽으로는 알타이 톈산 산맥에서부터 서쪽으로는 동유럽의 초원지대까지 광범위하게 보급됐다. 훈 장군의 의례용 무기인 이 검은 금과 철, 석류석으로 만들어졌다.
1973년 신라의 계림로 무덤에서도 붉은 석류석이 박힌 황금보검(5∼6세기 제작 추정)이 발굴된 바 있다. 누금세공 기법이나 칼의 형태로 보아 이 황금보검이 당시 동유럽을 지배했던 훈족과 신라의 특별한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중앙아시아 박트리아에서 제작돼 신라로 수입된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