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노인과 바다’ 번역본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이인규 국민대 영문과 교수는 지난해 9월 최종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하지만 1차 번역을 마친 것은 2010년 중순이었다. 최종 원고를 넘기기 전까지 1년여 동안 이 교수는 대학에서 ‘노인과 바다’를 강의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번역본에 반영했다. ‘돌핀’을 ‘돌고래’가 아닌 ‘만새기’로 번역할 수 있었던 것도 초고를 읽고 또 읽으며 번역을 다듬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이 교수가 번역한 소설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과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등 너덧 편이다. 현직 교수의 번역 편수로는 적지 않지만 이 교수는 “번역이 연구업적에 들어가지 않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민음사판 ‘노인과 바다’를 번역한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학과 교수도 “전공 저서 1권 번역이 국내 학술지 논문 1편 정도로 취급받는다”며 “심지어 문학작품 번역은 연구업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외국 문학 전공 교수 중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사람은 정년을 보장받은 원로 교수들뿐”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도 2005년 서강대에서 퇴직한 후에야 번역과 단행본 저서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