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발견해 격려하고 용기를 줄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마리의 경우도 그랬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마리 곁에는 실직으로 힘들었지만 자식들을 자상하게 키운 아버지와 따듯한 우애를 나눈 형제들, 총명했던 소녀 마리를 과학자로 이끌어준 스승과 동료들이 있었다. 오빠 언니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가정교사로 일했던 마리는 뒤늦게 꿈꾸던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외롭고 고된 타국생활 중 그녀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남편 퀴리를 만나게 된다. 연구를 함께한 동료이자 남편의 배려와 도움, 과학에 대한 신념과 이상이 고독하고 힘든 학문의 세계를 걷는 마리에게는 더없는 동반자였다.
마리는 어린 두 자녀를 남기고 갑자기 사고로 떠난 남편의 죽음으로 커다란 병을 얻었지만 곁에는 태연하려 했던 시아버지가 계셨다. 엄마는 언제나 집 대신 늘 실험실에 있었기에 엄마보다는 할아버지가 두 아이의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다. 마리는 남편과 함께 꿈꾸었던 연구를 혼자 힘으로 끝까지 계속해 과학과 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난치병의 치료도 가능케 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 누구도 라듐으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하나의 원소일 뿐이고 모든 사람의 것이지요.”
퀴리 부부의 과학에 관한 신념이 얼마나 확고했는지는 둘 사이 대화로 알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가령 영혼이 빠져나가 우리 몸이 빈껍데기가 된다 해도 역시 연구는 계속해야 하오.” 남편 퀴리가 말했다.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이 부자든 가난하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건강하든 몸이 아프든 그런 것이 과학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과학은 그들이 탐구하고 발견하기 위해 존재해 왔으며, 그리고 기력이 다할 때까지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그것을 탐구하고 발견할 것이다. 과학자만큼 자신의 천직과 처절하게 싸워나가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기분이 언짢고 짜증나는 날에도 그들의 발걸음은 묵묵히 연구실로 그들을 끌고 간다(이 이야기는 마리의 딸 에브 퀴리가 쓴 ‘아름답고 평등한 퀴리 부부’ 전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