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발원 1만여명 조사, 왕따 경험 많고 성적은 낮아
서울 송파구의 A초등학교 6학년인 정모 군(12)은 월요일마다 학교 가는 일이 고역이었다. 친구들이 주말 저녁에 뚱뚱한 개그맨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는 정 군에게 따라해 보라고 놀리기 때문이다.
정 군의 담임교사는 “학기 초부터 짓궂은 아이 두 명이 정 군을 ‘돼지’라 부르더니 다른 아이들도 ‘냄새난다’며 따돌렸다. 정 군도 점점 말없는 아이가 됐다”고 했다.
KEDI가 최근 발표한 ‘학교교육 실태 및 수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학생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정상 체중 학생보다 높았다. 설문 결과 비만 학생은 왕따 경험 지수(2.23점)가 정상 학생(1.96점)보다 높아 왕따를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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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만족도는 비만 학생(3.25점)보다 정상 체중 학생(3.50점)이 높았다. 자아 존중감은 비만 학생(3.40점)이 정상 체중 학생(3.58점)보다 낮았다.
비만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는 속설이 어느 정도 맞는 얘기라는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KEDI가 창의력, 문제 해결력, 자기관리 능력을 진단하기 위해 만든 ‘미래핵심역량 검사’에서도 비만 학생(평균 3.16점)은 정상 체중 학생(3.37점)보다 점수가 낮았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또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비만과 학교생활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만 학생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비만 예방 프로그램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