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방한부츠 일색?→봄여름 컬렉션 즐비② 모두 뭉툭하다?→화려한 럭셔리 많아③ 여성의 전유물?→男제품 잇따라 내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쇼핑몰인 그로브 안에 있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매장 전경. 어그의 모델로 발탁된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LAUGG 본사 르포… 편견을 바로잡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어그는 ‘스카치테이프’ ‘버버리’처럼 특정 브랜드를 넘어서 일반명사가 되어가고 있다. 어그와 비슷한 양털부츠를 파는 브랜드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8년 국내 판매를 시작한 베어 파우(Bear Paw)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20만 켤레 이상을 팔며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겨울철만 되면 오픈마켓들은 ‘어그 스타일 부츠’ ‘어그 부츠’ 등을 금칙어로 정하고 있다. 상표를 도용한 ‘짝퉁’이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어그는 방한용 겨울부츠라는 편견
지난달 31일 미국 샌타바버라의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본사에서 만난 코니 리시웨인 최고경영자.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어그부츠는 패션보다 실용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 1978년 호주인 서퍼였던 브라이언 스미스는 물에서 나온 서퍼들이 발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어그부츠를 발명했다. 여기에 쓰이는 십스킨(Sheepskin·양가죽과 양털이 함께 붙어있는 부위)은 추울 때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더울 때는 시원하게 해준다. 이때부터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가벼운 차림에 어그부츠를 신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럭셔리로 옷 갈아입고 남성-키즈-홈패션으로 영역 확장▼
어그는 2005년 처음으로 ‘서프 컬렉션’이라는 샌들을 판매했다. 이어 같은 해 뉴욕의 소호에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단독 매장을 상설로 운영하려면 양털부츠뿐만 아니라 봄여름 제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천으로 만든 패브릭 부츠와 나무 굽으로 된 클로그, 엄지발가락만 끼우는 플립플랍 샌들 등으로 상품군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양털부츠만 있는 줄 알았던 고객들은 의외의 제품에 놀라워했다.
어그컬렉션 봄 신상품 ‘마르셀라’
예상을 뒤엎고 두 브랜드의 화학적 결합은 성공적이었다. 양사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제품은 2010년 가을 전 세계 지미추와 어그 매장에서 판매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징이 박힌 스터드 장식의 만다 부츠는 고가(795달러)에도 많이 팔렸다.
어그 본사의 인터뷰룸에서도 뭉툭한 어그부츠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화려한 디자인의 신발이 진열돼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어그 컬렉션’. 어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럭셔리 제품군이다. 가격대도 20만∼40만 원대인 어그 부츠보다 3배가량 비싼 편이지만 라이딩 부츠와 파이톤과 가오리 가죽의 샌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미추와의 협업에서부터 어그 컬렉션까지…. 어그부츠로 굳어진 이미지를 고수하지 않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리시웨인 사장은 ‘좋은 신발’에 대한 기준을 얘기했다. “좋은 신발이란 스타일과 편안함, 그 어떤 것도 포기할 필요가 없는 신발이죠. 그런 면에서 어그가 답이라고 생각해요. 어그부츠를 통해 편안함을 경험한 사람들은 멋진 스타일까지 겸비한 어그 신발로 세련됨과 편안함을 모두 누릴 수 있으니까요.”
어그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
(왼쪽부터)여성용 ‘나디아’, 남성용 ‘엠파이어’, 키즈용 ‘미니 베일리 버튼’
이를 위해 어그는 지난해 여러 차례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실시했다. 여기서 내린 결론은 남자들이 여성을 위한 쇼핑공간에서 쇼핑하기를 꺼린다는 것이었다. 6월 새롭게 문을 여는 뉴욕 매디슨애버뉴 매장은 남성시장을 위한 어그의 이색 실험 무대가 될 것이다. 남성매장과 여성매장의 입구를 분리했기 때문이다. 남성 전용 입구로 들어서면 남성 제품이 진열된 매장이 펼쳐진다. 어그는 전 세계 매장을 남성 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미는 데 집중하며 지난해에는 매장 쇼윈도에 브래디 선수를 비롯한 남성 사진을 배치했다. 리시웨인 사장은 “향후 2년 내 전체 매출액의 20%를 남성 제품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는 키즈 라인도 어그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양털부츠와 슬리퍼 위주였던 키즈 제품을 올가을부터 부츠와 스니커즈 등으로 확대한다. 러그 베개 애완동물용품 등 홈패션 라인도 추가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