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선 막판 캠프 전달” 朴의장 사퇴-김효재도 사의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의장공관을 나서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9일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 박 의장은 경선 막판에 캠프 조직에서 “돈이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하자 1억5000만 원대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집행 내용에 대해서는 박 의장 본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된 뒤 다음 주초에 먼저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에 대해선 김 수석 조사 결과에 따라 방문조사, 서면조사, 소환조사 중 적절한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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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은 지난달 3일 새누리당 고승덕 의원이 종합편성TV 채널A를 통해 공개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뒤 여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으면서도 “이번 의혹은 나와 무관하다”고 맞서 왔다. 그러나 그의 비서였던 고명진 씨가 검찰 수사에서 당초 진술을 번복하고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윗선’의 개입 사실을 털어놨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뒤 결국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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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재 수석
앞서 국회의장실 관계자들은 8일 저녁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의장은 이날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측근들과 비선 라인으로부터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후 상황의 심각성을 다시 확인한 뒤 결단을 내렸다.
의장실 관계자들은 이날 밤 검찰의 수사망이 박 의장에게까지 좁혀온 사실과 고 씨가 진술을 번복한 사실도 이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효재 수석이 깊숙이 개입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입증돼 가고 있다는 언론의 취재 상황도 보고됐다. 이 때문에 측근들은 밤늦게 대책회의를 열었다.
밤늦게 박 의장의 사퇴 기류가 국회 쪽에서 흘러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회에 “의장이 내일 기자회견을 하느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도 이날 밤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한 대변인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수석은 11일 이 대통령이 귀국하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가 전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고 의원 측에서 300만 원을 돌려받은 날 오후 김 수석을 직접 만나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털어놓은 마당에 김 수석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의 사의 표명은 중동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일단 이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마친 뒤에나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을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해외에 나와 있는 시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 서울 문제는 서울에 가서 정리해야지, 당장 여기서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며 귀국 후에나 김 수석의 거취 문제를 정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수석 소환 조사를 앞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이미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고 의원 측에 보냈던 일과 별도의 2000만 원을 당협 간부들에게 뿌리려던 일을 김 수석이 모두 기획·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박 의장 캠프에서 재정 및 조직관리를 총괄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세 번째 소환 조사했다. 이미 두 번째 조사 때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온 조 수석은 이날 진술 태도에 따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