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과 소금으로]과천 소망교회

“교회는 문턱없는 마음 병원”… 동네 사랑방-공부방-공연장으로

경기 과천시 문원동에 위치한 과천소망교회의 첫인상은 교회라기보다 공원과 문화센터에 가까웠다. “교회는 교회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어선 안 된다”는 장현승 담임목사는 “욕망이 전제된 사랑은 공허하다”며 “(교회가) 누가 오든 플러스가 되는 사랑의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과천소망교회 청년들이 문원동 마을 골목을 청소하고 있다. 소망교회 제공

7일 오후 4시 경기 과천시 문원동. 경마공원과 저수지에서 남쪽으로 1km쯤 떨어진 이 동네는 조용했다. 산자락을 향해 오르막길을 5분쯤 오르자 마을 남쪽 끝으로 오른편에 놀이시설과 공원이, 교회당과 문화센터가 왼편에 나타났다. 현대적인 건물과 자연이 조화된 이곳은 교회라기보다는 자치단체가 휴식공간을 겸비해 마련한 문화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청계산을 덮은 겨울 풍경을 올려다보자니 어디선가 향긋한 원두커피향이 풍겨왔다. ‘과천 소망교회’(예장 백석)라는 표지판이 아니었다면 교회인 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교회와 부속시설은 교인이 아닌 지역주민에게도 활짝 열려 있다. 교육문화공간인 ‘로고스센터’는 딱딱한 교회 교육관이 아닌 쾌적한 문화시설에 가까운 모습이다. ‘로고스’는 기독교에서 ‘(예수의) 말씀’을 뜻한다. 지하 2층, 지상 3층 건물에는 식당과 피트니스센터, 유아놀이방, 모임방, 노인 주간보호센터, 지역아동센터, 세미나실 등이 들어차 있다. 1층 ‘만나’ 카페는 공간이 넓고 커피 맛이 괜찮다고 소문 나 지역주민들의 마실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이 교회는 과천시 평생통합시스템과 연계해 바리스타, 영어, 리듬체조 등의 강좌를 개설해 지역주민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기도교육청이 평생교육시설로 지정한 평생교육원은 학점은행제를 실시해 노년층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다. 교회는 2000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큰소망’ 산하에 노인복지관, 경로의원, 주간보호센터, 노인복지센터,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등 6개 전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한편 저소득 청소년 장학사업, 사회봉사사업, 지역주민 교육사업 등을 펴고 있다.

장현승 담임목사(51)는 “은퇴자와 노년층 인구가 많은 과천시내에서도 홀몸노인이 특히 많은 곳이 문원동 일대”라며 “경제적으로 힘든 노인들에게는 매일 무료 도시락을 배달하고 아직 일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교회는 2009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회복지위원회가 주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을 10개 교회와 함께 받았다.

1966년 설립된 이 교회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1년 부임한 장 목사는 청계산 자락이라는 천혜의 환경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턱을 없애 비교인에게 쉼터와 문화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2000년대 중반 이 일대의 땅을 구입해 대지 2만여 m²를 마련한 교회는 공들인 계획을 거쳐 2008년 12월 ‘로고스센터’를 준공했다. “어려운 시절에 교회는 교육, 의료, 문화 분야의 최첨단에서 사회를 선도하던 곳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이 더는 교회에서 사회적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죠.”

야외공원에는 음악당도 마련했다. 정기적으로 콘서트를 열어 주민들을 초청했다. 2006년과 2010년에는 비교인, 교인 할 것 없이 한데 어울려 월드컵 축구경기 응원을 했다. 장 목사는 “비를 맞으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관람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밝고 진취적인 지금의 모습과 달리 우울한 청년기를 보냈다. 육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으나 급격한 시력 저하로 신체검사에서 낙방해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암울한 시대상에 가정 형편까지 어려워 삶의 목적도, 행복도 찾지 못한 채 다섯 차례나 자살 기도를 했다. “연탄가스도 마시고, 수면제도 먹어봤는데 못 죽었어요. 목을 맸더니 끈이 풀어졌고요.”

그런 어두운 시절을 뚫고 나온 그는 “교회란 철근과 콘크리트, 시멘트가 아니라 믿음과 사랑으로 지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나 여기 오면 고향 같은 느낌을 받고 희망으로 충전됐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사회의 병원 같은 역할을 한다면 수가 많아져도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지는 않을 겁니다. 십자가는 고난의 상징만은 아닙니다. 플러스(+) 기호를 닮아 있죠. 이 안에 들어오면 누구나 무언가를 얻어갔으면 합니다. 그것이 꿈이나 희망이면 더 좋겠지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장현승 목사의 ‘배우고 싶은 목회자’ 김영한 원장 ▼

“삶의 현장에서 사랑을” 샬롬나비운동에 감동

“겸허한 지성, 뜨거운 실천, 신실한 행동으로 감사하고, 나누며, 사랑으로 섬깁시다.”

2005년 동서신학포럼에서 접한 김영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원장의 열정적인 강연에 나는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그를 만난 이후 나는 교회가 사회를 향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끊임없이 해 사회의 모범이 되자는 ‘샬롬나비운동’에 동참하게 됐고 김 원장과 멘토이자 동반자로서 행복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인 사랑을 삶의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행동하는 지성이고, 실천하는 신학자이자 책임감 있는 목회자다. 그가 주창한 나비의 날갯짓은 이제 대양을 넘어 거대한 영향력을 갖고 세상에 사랑을 전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