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소화되지 않지만 장에서 건강지킴이 역할
현미 등 통곡물에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동아일보 DB
초식 동물은 짚과 같은 식물성 물질에 함유된 다당류인 식이섬유(食餌纖維)를 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하나. 그것을 사람도 소화할 수 있을까. 사람은 잡식동물이니까 가능하다고? 정답은 ‘아니다’이다. 소는 체내에 식이섬유 분해(소화) 효소가 있는 반면, 사람은 몸 안에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식이섬유를 소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인체가 소화하지 못해 영양원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식이섬유는 쓸모없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판단이 달라졌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 주목을 받고 있고, 식이섬유를 원료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역시 불티나게 팔린다.
식이섬유는 물에 녹는 가용성(과일과 해조류에 많이 들어있음)과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현미 등 통곡물이나 채소에 풍부함)으로 분류된다. 장에서 쉽게 용해, 팽윤(물질이 용매를 흡수해 부풀어 오르는 현상)되어 끈적끈적한 점성을 띠는 가용성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갖게 하고 포도당의 흡수를 지연시키는 기능이 있어 비만 및 당뇨병 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고지혈증, 허혈성 심장질환, 담석증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의 용적을 늘려 준다. 또 대장의 움직임을 촉진시켜 대변이 대장에 도달하는 시간을 짧게 해 배변량을 늘려준다. 즉, 변비를 예방하고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좋다는 얘기다. 실제 식이섬유를 중심으로 식사를 하면 일주일에 1.4회 정도 배변 횟수가 늘어나고, 대변이 부드러워지며, 변비로 인한 복통까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지만 지나친 것은 금물이다. 너무 많이 섭취한 식이섬유는 무기질의 체내 흡수를 저해해 영양소 결핍의 원인이 된다. 식이섬유를 보충제 형태의 제품으로 섭취할 때도 과도한 양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인영양섭취기준(2010년)에 따르면 20대 이후 성인의 경우 하루에 남자는 25g, 여자는 20g이 충분섭취량이다. 이는 통밀빵 15∼20조각, 사과 7∼10개 정도에 해당되는 양이다.
정윤화 단국대 교수(식품영양학) yje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