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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맡으려는 교사가 없다…“고소 고발 달고 살텐데 왜”

입력 | 2012-02-11 03:00:00

■ 학교폭력 방관 교사 형사처벌 방침에 새학기 ‘비상’




“담임 맡으면 고소 고발을 달고 살 텐데 그걸 왜 합니까.”

서울 노원구 A고등학교 박모 교사(46)는 10일 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박 교사는 “주 20시간 수업을 하면서 매일 학생들보다 일찍 출근해야 해서 안 그래도 힘든데 학교폭력 관리 못하면 처벌한다니…”라고 푸념했다. 새 학기가 코앞인데도 A고 교사 100여 명 중 담임을 지원한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 ‘3D’로 통하는 학생생활지도부장도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경찰이 학교폭력 방관 교사를 형사입건한다는 방침을 세운 데다 피해학생 측이 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는 사례까지 나오자 교사들도 자구책을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담임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A고는 고심 끝에 정교사 60명 중 42명을 추려 사실상 강제로 담임을 맡기기로 했다. 그러자 교사들은 입시를 앞두고 있어 학교폭력이 덜한 3학년을 서로 맡으려 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B중학교도 52개 학급에 교사가 130여 명이지만 담임을 하겠다는 사람은 10명 남짓. 학교폭력이 심각한 2학년은 담임 지망자가 없어 새로 발령받아 온 젊은 교사에게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B중은 학생부장 교사마저 1년 만에 자리를 내놨다. 학교 측은 ‘수업을 줄여주고 담임을 안 시킨다’는 혜택을 내걸고 후임을 찾고 있지만 남자 교사 50여 명이 모두 손사래를 쳤다. 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부장은 “학생부장들 모임이 있는데 거의 매년 담당 교사가 바뀐다. 학생부장을 1년 이상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지도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최근 학생인권조례가 발효되는 등 교권은 위축되는데 ‘일진’ 관리를 못했다고 처벌을 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서울 S중학교 학생부장 정모 교사는 “최근 경찰에 입건된 교사의 경우 피해학생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지 못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 들었다”며 “피해 진술서 없이 가해학생을 조사했다간 학부모가 난리를 치고 교장은 근거도 없이 일을 키웠으니 ‘교육청 감사 나오면 책임지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손발을 다 묶어놓고 문제가 생기면 담임에게 책임을 물을 텐데 뻔히 손해 볼 일을 누가 하겠냐’는 게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경찰에 서한문을 보내 “담임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게 되면 교사들이 담임이나 생활지도에 더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불만을 의식해 담임의 업무 과중은 복수담임제로 해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회의적이다. 서울 C중학교 한모 교사는 “이전에 교원평가에서 학생 만족도 점수가 높았던 교사도 생활지도만 맡으면 점수가 급격히 낮아져 ‘문제 교사’가 된다”며 “담임 매월 11만 원, 학생부장은 12만 원의 수당이 나오는데 ‘수당 안 받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