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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섞은 술… 눈밖에 나면 서열 강등… 조폭 뺨치는 ‘일진’

입력 | 2012-02-11 03:00:00

하도급式으로 돈 갈취하기도




두목 격인 학생의 이름을 붙인 조직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친구를 감금·폭행하는 등 조직폭력배(조폭)를 방불케 하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중고교생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 중 일부는 해병대 ‘기수 열외’ 악습을 모방한 듯 ‘짱’의 눈 밖에 난 ‘일진’을 두 학년 아래 서열로 강등시키기도 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A 군(14) 등 중학생 8명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폭행) 등으로 강모 군(17)을 구속하고 김모 군(17)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 폭력과 상납은 물론 성추행까지

경찰에 따르면 모두 같은 동네에 사는 이들은 같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진회를 형성했다.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으로 구성된 이들은 두목 격인 김 군의 이름을 따 ‘김OO 패거리’라고 이름을 지었다. 또 학년별로 가장 싸움을 잘하는 학생의 이름을 따 중3은 ‘송OO 애들’ 식으로 학년별 패거리 이름을 붙이기 위해 후배들에게 싸움을 시켜 서열을 정하게 했다. 김 군 등은 학년별로 ‘하도급’ 식으로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고2 일진이 고1 일진에게 ‘상납금’을 정해주면 고1 일진은 중3 일진의 돈을 빼앗았다. 중3 일진은 다시 하급생 돈을 갈취해 상납금을 채웠다.

특히 구속된 강 군은 후배들에게 자위행위를 강요하는 등 12차례에 걸쳐 강제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강 군은 ‘짱’인 김 군의 눈 밖에 나 고2에서 중3 서열로 강등됐다. 이후 중3 학생들에게 동급생 대우를 받는 등 ‘기수 열외’를 당하기도 했다.

○ 엽기적 폭력과 감금도

동급생 친구에게 소변이 섞인 맥주를 마시게 하고 감금·폭행까지 한 10대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초등학교 동창 B 군(15)을 감금·폭행한 혐의 등으로 C 군(15)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C 군 등은 지난해 12월 25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여관에서 손가락 접기 게임을 하며 B 군이 벌칙을 받도록 유도한 뒤 소변이 섞인 맥주를 억지로 마시게 했다. 지난달 초에는 C 군을 집단 폭행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뒤 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C 군을 이틀간 아파트 지하 등에 감금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에도 고교생을 감금한 뒤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관악구 대학동 한 원룸에서 고교생 신모 군(17)을 5시간가량 감금한 뒤 폭행한 혐의로 조모 씨(20)와 중고교생 등 4명을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신 군이 평소 자신들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