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뉴먼츠 맨/ 로버트 M 에드셀, 브렛 위터 지음·박중서 옮김/ 624쪽·3만3000원·뜨인돌
다큐멘터리처럼 꾸며진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 싹을 틔운 것이다. 문화재는 전투 중에 파손되기 쉬울 뿐 아니라 최우선 순위의 강탈 대상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무지 때문에 불쏘시개로 역사 속에 사라지기도 한다.
전쟁 중에 연합군은 인류의 유산인 세계적인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기념물 전담반(모뉴먼츠 맨)’이라는 부대를 만들었다.
이들의 임무는 초기에는 교회나 박물관 등 중요 기념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연합군이 독일로 진격한 뒤로는 나치가 유럽 전역에서 강탈한 문화유물의 행방을 찾는 데 방점이 찍혔다.
히틀러는 고향인 린츠에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미술관을 세우기 위해 평화 협정의 담보물이라는 이유를 대거나 그런 명분마저도 붙이지 않은 채 각국의 유물을 강탈했다. 다빈치, 페르메이르, 렘브란트의 회화, 미켈란젤로와 도나텔로의 조각상 등 무려 500만 점이나 되는 유물이 나치의 수중에 들어갔다.
1944년 연합군과 독일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이탈리아 볼투르노에서는 산꼭대기에 있던 1000년 된 몬테카시노 수도원이 작전상의 이유로 연합군의 폭격 때문에 사라졌다. 이 수도원에 대한 폭격은 이후 전쟁 중의 문화재 보호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으며 이 덕분에 6·25전쟁 때 덕수궁은 포격을 피할 수 있었다. 1950년 9월 25일 서울 수복 작전 중이던 미군 포병부대 제임스 해밀턴 딜은 몬테카시노 수도원의 사례를 알고 있었기에 인민군이 덕수궁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포격을 감행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