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박병철 옮김/ 576쪽·2만5000원·김영사
137억 년 전 섬광처럼 생겨난 우주는 수 많은 우주 중 하나일까. 아니면 단 하나의 ‘천구’일까. 김영사 제공
그런데 현대 이론물리학자와 우주론학자들이 역설적이고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포함하는 우주가 하나 이상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저 한두 개가 더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많이 존재한다. 우리 우주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우주들이 끊임없이 새로 등장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주장이 다분히 사변적인 주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아무런 모순이 없는, 과학적이고 필연적인 결론이 그렇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확률로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뉴턴적 확실성에 익숙한 우리에게 난처한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다중세계 해석이다. ‘이곳’에서 관찰되는 입자가 오즈의 마법사가 데려다준 다른 우주에서는 ‘저곳’에서 관찰된다. 서로 다른 우주에서 모든 일이 동시에 서로 다르게 진행되는 ‘양자적’ 다중우주는 공상 소설의 훌륭한 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멀티 유니버스(왼쪽), 브라이언 그린(오른쪽)
다중우주가 고차원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홀로그램’처럼 투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의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능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중우주도 있다. 초고성능 슈퍼컴퓨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뮬레이션’ 다중우주도 있고, 수학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궁극적’ 다중우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다양한 다중우주 이론들이 실험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다. 다중우주의 존재를 밝혀내는 것이 ‘다윈 혁명 이후 과학사의 최대 난제’라는 뒤표지의 주장은 아직은 성급한 것이다. 과연 다중우주에 어떤 물리법칙이 적용되고, 우리가 인식하는 실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사실은 우리가 다중우주의 모든 신비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