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신중히 하기로
경찰이 학교폭력 피해자 측에서 교사에 대한 진정을 내더라도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면 교사를 소환 조사하지 않고 종결하기로 했다. 또 일선 학교의 일진회 현황을 파악할 때 학교 측에 무리하게 명단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지침을 마련했다. 경찰이 8일 학교폭력 방관 교사를 형사처벌하고 일진 학생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교육계가 우려를 표하자 경찰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은 12일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교사에 대해 사법처리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지만 조사나 처벌은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진정 사건의 경우 피해학생 측을 1차로 조사해 본 뒤 교사가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지 않으면 교사 소환 조사를 거치지 않고 각하 처리할 계획이다. 고소 고발의 경우도 확실한 직무유기 혐의가 나오지 않으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찰은 학생지도 과정에서 교사의 자체 판단으로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는 직무유기로 보지 않고 일부러 의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에만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 양천구 여중생 투신자살 사건은 피해자 부모가 7개월 동안 5번에 걸쳐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사가 별 이유 없이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 정도로 직무유기가 명백할 때 형사 입건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10일 “일진 정보 수집 과정에서 학교 측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업무지침을 하달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