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런던 올림픽을 5개월여 앞두고 ‘감성’을 무기로 올림픽 장외 전쟁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 16일 경북 구미에서 열릴 아시아선수권을 준비하는 대한레슬링협회가 그랬다. 이들은 대회 준비와 함께 국제레슬링연맹(FILA) 관계자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FILA는 통상 대륙별 선수권에 이사 2, 3명을 파견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라피 마르티네티 FILA 회장 부부(스위스)와 이사 10여 명이 방한한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아시아 레슬링에 관심이 늘었기 때문이다. 레슬링협회는 이를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로 생각했다.
레슬링협회가 FILA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 건 런던 올림픽에서의 판정 불이익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한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판정 때문에 몇 번을 울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이 결승전에서 덴마크에 진 것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체조에서 양태영이 금메달을 놓친 것도 편파 판정 때문이었다. 베이징 대회 당시 레슬링 자유형 55kg의 김효섭 역시 8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이겼지만 경기 직후 비디오 판독에서 승부가 뒤집히며 좌절했다. 이 악몽 같은 순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레슬링 ‘노(NO) 골드’로 이어졌다.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레슬링은 심판 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 중 하나다. 마르티네티 회장은 심판위원장 출신으로 심판들에게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전사들은 런던 올림픽을 위해 4년 동안 굵은 땀방울을 흘려왔다. 이들이 자신의 기량 외적인 이유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다른 종목 관계자들이 레슬링협회의 감성 마케팅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