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90%가 여성… 최근 남성환자 빠르게 늘어
의료진이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의 어깨 부위를 손으로 눌러 통증이 생기는지를 알아보는 압통 검사를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 다른 질병과 혼동되는 증세
섬유근통에 걸리면 전신 통증, 피로감, 수면 장애에 시달리면서 두통, 배뇨 장애, 손발 저림이나 무감각, 혈액순환 장애 등도 겪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증세 때문에 섬유근통은 류머티스 관절염, 근막통증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과 혼동하기 쉽다.
섬유근통 환자들은 또 팔이나 다리 근육에도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근막통증증후군으로 의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근막통증증후군 환자는 많이 쓰는 근육에서만 통증을 느끼지만 섬유근통은 통증이 다른 부위로 옮겨가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픈 것이 특징이다.
섬유근통과 가장 혼동이 되는 질환은 만성피로증후군이다. 섬유근통은 통증이 주된 증상인 반면,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가 주된 증상이다. 이 둘 사이에는 서로 겹치는 증상이 많아 구별이 쉽지 않다.
섬유근통 환자의 80%는 심한 피로를 호소하며, 절반 이상은 수면 장애를 겪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가 잠들 때보다 오히려 힘들다. 만성적인 통증과 피로 때문에 이차적으로 우울증과 불안,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 과민성 대장증후군, 하복부 통증이나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국내 남성 환자도 빠르게 증가
섬유근통의 원인에 대해 일부 학자는 “뇌 손상이나 외상에 의해 이 증세가 나타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는 “근육의 대사 장애, 근육의 혈류 장애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도 섬유근통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을지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는 “스트레스가 섬유근통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섬유근통에 자주 걸린다”고 말했다.
섬유근통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증상이 복잡하게 나타나면서 진단법도 바뀌었다. 종전에는 신체의 특정 부위를 눌러본 뒤 아픈 곳(압통점)이 11군데 이상이면 섬유근통으로 진단했다. 지금은 압통점이 그보다 적게 나오더라도 피로감, 불면증, 인지 장애 등의 증상이 심하면 섬유근통 환자로 본다.
이 질환은 모든 인종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성인 인구의 2%가 이 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섬유근통 환자는 2006년 141만7000명에서 2010년 221만9000명으로 56.5% 증가했다.
여성 환자가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남성 환자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남성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양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섬유근통으로 진단받은 남성이 2008년 89명에서 지난해 167명으로 늘었을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섬유근통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이 이용된다.
약물치료는 통증과 피로 등의 증상을 줄여준다. 통증을 억제하는 세로토닌 대사 장애가 있는 섬유근통 환자는 프로작 등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쓰인다. 통증이 심한 근육을 이완시켜 주기 위해 에트라빌 등 항우울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심 교수는 “일반적인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진통 소염제는 효과가 떨어지고 약물 의존증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몸을 움직이면 아프기 때문에 근력이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걷기나 수중운동과 같은 강도 낮은 운동을 꾸준히 해야 섬유근통을 극복할 수 있다. 운동은 근육을 늘려주는 맨손체조, 근력을 강화해 주는 윗몸일으키기, 근육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걷기 등이 추천된다. 장기간 완치되지 않는 환자들은 스트레스 관리치료 등 인지행동 치료도 함께 받아야 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섬유근통증후군 ::
섬유근통증후군은 혈액검사와 방사선사진에서 특별히 이상이 없는데도 목이나 허리 등 온몸 곳곳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오전에 전신 경직이 생기며 피로 및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증세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