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휴스턴이 11일 호텔 방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자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인이 약물중독으로 추정되는 비참한 죽음이다. 1억7000만 장의 음반이 팔렸고 그래미상을 6번 받았지만 말년엔 약도 돈도 떨어져 주변에 “100달러만 빌려 달라”고 매달렸다고 한다. 20년 전 영화 ‘보디가드’에서 보여준 흑진주 같은 자태는 간 곳 없고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끔 목격된 그는 영락없는 노숙인의 몰골이었다. 결혼 실패에다 술과 약물이 미모, 미성(美聲), 생의 의지를 앗아갔다.
▷원광대 김종인 교수팀이 2001∼2010년 직업별 평균수명을 조사했더니 연예인이 65세로 최단명이었다. 1990년대보다 10세나 낮아졌다. 자살한 연예인은 통계에서 뺐는데도 이 정도였다. 출세를 향한 스트레스, 그리고 이른 나이에 돈과 명성을 얻으면서 자기 절제가 어려워진 게 수명 단축의 주 원인으로 꼽혔다. 가수 김장훈, 개그맨 이경규 등 여러 연예인이 앓았다는 공황장애의 주원인도 ‘만성화한 스트레스’다. 갑자기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 연예인은 대개 스트레스성 탈모 환자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