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지역은 한국의 강원도만큼이나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지난해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습니다. 기자가 거주하는 코네티컷 주의 연평균 강설량은 65cm 정도인데 지난해에는 무려 2m 가까이 내렸습니다. 작년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등 대부분의 동부지역이 적게는 1m에서 많게는 2.5m까지 눈이 내려 열흘 이상 학교가 휴교하고 정전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죠.
이런 기후 때문에 미국 동부지역의 제설속도는 상당히 빠릅니다.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눈 대신 비가 오는 날이 많았지만, 10cm 이상 눈이 내린 적이 두 차례 있어서 미국의 제설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정확한 기상예보가 바탕이 되는데,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되면 일주일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눈이 내리기 이틀 전부터는 고속도로와 주요 도로에 염화칼슘이 뿌려집니다. 특히 오르막길과 커브길 등에 염화칼슘이 집중 살포되는데 아스팔트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많이 뿌려져서 환경오염이 우려되더군요.
눈이 오기 하루 전에는 대형 제설차량과 픽업트럭들이 비상 대기상태에 들어갑니다. 참고로 미국의 픽업트럭은 용도가 다양한데 겨울철엔 범퍼 아랫부분에 제설장비를 달고 적재함에는 염화칼슘 살포장치를 실어 제설에 나섭니다. 대형 제설차량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보유하는 것도 있지만 픽업트럭들은 대부분 민간과 계약을 하고 운영됩니다. 또 개인주택이나 아파트단지의 경우는 관리업체와 계약을 하고 눈을 치웁니다.
하지만 이런 막강한 제설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합니다. 동부지역은 주에 따라 연간 5000만 달러(약 560억 원)에서 많게는 8000만 달러까지 제설 예산을 책정해두고 있습니다. 폭설이 잦았던 작년엔 평년의 2배 가까이 예산을 편성했다고 합니다. 제설도 결국 경제력인 셈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