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ney Houston 1963∼2012
세계 대중음악계의 최대 축제인 그래미 시상식은 분위기를 띄우려 8년 만에 무대 위에 사회자를 세웠다. 입담꾼으로 이름 난 미국의 래퍼 겸 배우 엘엘 쿨 제이였다. 하지만 그는 시상식 직전에 묵념을 제안했다. 그는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영혼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고, 스테이플스센터를 가득 메운 관객과 가수들이 제안에 따라 묵념했다.
이어 휴스턴이 예전 그래미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했던 영상이 장내 스크린에 나오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엘엘 쿨 제이는 “많은 슬픔과 기쁨이 있었을 텐데 (영상 속의 공연을 할) 당시가 휘트니에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매년 시작되는 바로 이 순간이 그랬으면 한다”며 비로소 시상식의 막을 열었다.
전반부에 출연한 여성 R&B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30)는 “위대한 아티스트들은 유산을 남긴다. 우리는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라며 축하 무대를 시작했다. 고희를 넘긴 고인의 음악적 선배 스티비 원더(71)는 폴 매카트니의 축하 무대를 소개하기에 앞서 “하늘로 간 휘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엔터테인먼트 단지 ‘LA 라이브’에서 음악 팬들이 휘트니 휴스턴을 추모하고 있다. 바닥에 새겨진 기념물은 지난 제36회 그래미 시상식에 서 휴스턴이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어 실황 카메라는 시상식 무대 위에 홀로 선 검은 실루엣을 잡았다. 웨이브로 부풀린 헤어스타일, 검은 민소매 드레스의 젊은 흑인 여성이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곡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의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자 영화 ‘드림걸스’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젊은 디바 제니퍼 허드슨(30)이었다. 특유의 풍부한 솔 보컬로 휴스턴의 명곡을 소화한 허드슨은 눈물을 글썽이며 마이크를 내려놓았고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그녀와 휴스턴을 위해 박수를 보냈다.
황병준 씨
한편 한국인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씨가 미국 작곡가 로버트 앨드리지의 오페라 ‘엘머 갠트리’를 담은 음반으로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이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받은 것은 황 씨가 처음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