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질학자
‘아마시아’는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합성어로 네이처 최신호에 보고된 초대륙의 이름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대륙은 서로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고 있는데, 대략 3억∼4억 년에 한 번씩 모든 대륙이 서로 이어지며 초대륙을 만든다. 판게아 초대륙은 약 3억 년 전, 그 이전에는 곤드와나와 로디니아 초대륙이 지난 10억 년 동안의 지구 역사에 기록을 남겼다.
초대륙이 만들어짐에 따라 대륙과 대륙 사이를 가르며 분출하던 화산은 활동을 멈추게 되고, 지구는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았을 때 냉해를 입게 된다. 그 피해는 무척 커 거의 온 지구 표면이 빙하로 덮일 수 있다. 곤드와나 초대륙이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다. 약 6억 년 전 지구는 얼음집이었으나 다행히 지구의 내부 열이 축적됐다가 초대륙 내부에서 화산으로 분출되기 시작하며 다시 따뜻해졌다. 이 화산의 출현으로 초대륙은 조금씩 갈라져 종국에는 그 생을 마감한다. 돌고 도는 인생사와도 닮은 초대륙의 일생이다.
1억 년 후의 지구 모습은 사뭇 다르다. 드디어 모든 땅덩어리가 모여 다시 초대륙을 만드는데, 아시아 대륙이 중심이고 미주 대륙은 바로 옆에 놓인다. 그래서 ‘아마시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초대륙의 탄생은 이미 예고돼 왔다. 여러 대양 중 어느 바다가 먼저 없어질지는 논란거리였는데, 북극해가 소멸되며 아시아와 북미대륙이 충돌해 초대륙으로 발전하리라는 예측이 네이처에 소개됐다. 이 와중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서로 만나 한 개의 땅덩어리가 된다. 그 결과 동해는 사라지게 되는데, 앞으로 1억 년 후의 일이라 다행이다. 이런 예측은 지진 자료뿐만 아니라 대전과 도쿄가 1년에 수 cm씩 서로 마주 보며 움직인다는 인공위성 측지자료에서 확인됐다.
지질학적 시계의 바늘을 조금만 뒤로 돌리면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해온 증거가 한반도 내륙 여러 곳에 남아 있다. 청계산 감악산 오서산 등 우리나라 서부 지역은 판게아 초대륙과 운명을 같이했던 큰 산맥의 일부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설치된 초정밀 연대측정분석기를 통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한반도 땅덩어리가 판게아 초대륙 산맥의 뿌리라니, 우리의 산행은 흥미를 더해만 간다.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질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