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대상 카드 발급건수가 줄긴 했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상당수 은행과 모집인이 ‘조건만 갖추면 발급해준다’고 영업하고 있었다.
○ 100만 원 이상 예금 있으면 OK
김 씨는 10개월 할부로 노트북PC를 샀고 친구에게 자주 술도 샀다. 캐나다로 여행까지 가 카드를 있는 대로 긁어 쇼핑을 했다. 귀국 후 날아온 카드대금 수백만 원을 기를 쓰고 갚았지만 남은 150여만 원은 어머니가 대신 갚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그는 현재 후불교통카드도 발급받지 못한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현장에서 대학생 카드 발급 실태를 확인한 결과, 하나은행 창구 직원은 “본인 계좌 평균 잔액 50만 원 이상 또는 100만 원 이상 예금이 있으면 대학생이라도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용돈과 생활비, 월세 등을 한 통장에 넣고 쓰는 대학생들도 평잔 50만 원을 유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으므로 사실상 카드 발급에 제한이 없는 셈이다.
김 씨도 15일 “나중에 알고 보니 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내가 그저 ‘극장 직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카드를 발급해줬다”며 “내 잘못이 제일 크지만 대학생이면 더욱 까다롭게 심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자녀 명의 부모 예금 있어도 OK?
부모가 자녀 명의로 예금을 가입했더라도 발급이 가능했다. 우리은행 창구 직원은 계좌 조회를 해보더니 “본인 명의의 청약저축이 있다. 높은 한도도 가능하다”며 바로 가입신청서를 꺼냈다.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만든 계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김모 씨(27)도 아버지가 전에 김 씨 명의로 사둔 채권이 발견돼 학부 때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가 연체금액이 날로 불어나 한동안 고생을 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카드 발급에 유리하다는 상식 밖의 증언도 나왔다. 한 전업카드사 모집인은 “재직 확인을 할 때 대기업은 인턴, 계약직, 정규직 등으로 정확히 답변해줘 오히려 불리하다”며 “중소업체는 그냥 직원이라고 답해줄 때가 많아 카드 발급이 오히려 쉽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현재 대학생 카드 발급 상황은 통계조차 없다. 카드사들이 연령별 가입자 수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0대가 사용하는 카드가 약 950만 장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무리한 영업을 하는 때가 종종 있겠지만 금융회사들은 기본적으로 대학생들에게 카드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허자경 인턴기자 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