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학때 만나 편지로 사랑 키워… 2001년 北당국 허락으로 결혼英BBC방송 보도
국경과 세월을 넘어 31년 만에 사랑을 이룬 북한 여성 이영희 씨와 베트남 남성 팜논칸 씨 부부가 손을 잡고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를 걷고 있다. 사진 출처 BBC
칸 씨가 이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스물세 살 때이던 1971년 7월. 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북한으로 유학을 갔다가 실습차 들른 흥남비료공장에서 이곳에서 일하던 한 살 위인 이 씨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비록 칸 씨는 북한 당국의 엄격한 외국인 체재규정 때문에 한 달마다 실습장을 옮겨야 했고 이 씨가 야근을 거듭하는 바람에 한 달에 두세 번밖에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두 사람은 1년 6개월 동안 사랑을 키워간다. 칸 씨는 이 씨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당시 베트남 정부가 국제결혼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던 탓에 혼자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20여 년간 이 씨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이어갔다. 칸 씨는 통역원으로 북한을 여러 차례 다시 찾아 이 씨와 만나곤 했다.
칸 씨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과 외국인의 접촉을 금지하자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이 씨와 재회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 씨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다거나 죽었다고 하며 칸 씨를 단념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 당국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제 60대 중반인 이 부부는 하노이에 살면서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손을 잡고 산책한다. 칸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에 대한 내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헤어질 때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을 돌이키지 못해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었다. 남편도 30년 동안 나에게 편지를 썼다”고 회고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