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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전쟁 한달… 청소년 구속 3배로 늘어

입력 | 2012-02-17 03:00:00

■ 경찰 고강도 수사 이어져




 

 

경찰이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한 달 만에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청소년 폭행가해자가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를 받은 학생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은 최근 한 달 새 4배나 높아졌다. 학교폭력에 엄정 대응한다는 경찰 방침이 실제 형사처벌 강화로 이어지는 추세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 학교폭력 구속 비율 4배 높아져


경찰은 지난해 12월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일진회 등 학교폭력 가해자 소탕에 나섰다. 경찰은 올해 1월부터 강력계 형사를 대거 투입해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가해 학생들을 강도 높게 수사해 왔다.

그 결과 1월 한 달간 폭행 및 금품갈취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청소년은 모두 12명으로 지난해 월평균 구속 인원 4.3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1월 검거자 1193명 중 12명이 구속돼 구속률은 지난 한 해 수치보다 4배쯤 높은 1%였다. 지난해에는 1만8739명이 학교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 중 52명이 구속돼 구속률이 0.27%였다. 검거자 수도 지난해 1월 949명에 비해 올 1월은 1193명으로 26%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10대 청소년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기 때문에 죄질이 극히 나쁘지 않는 한 구속되는 일이 거의 없다”며 “구속률이 오른 것은 일선 경찰관들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범죄 입증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엄중 처벌 견해는 엇갈려


경찰의 학교폭력 엄중 처벌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경찰의 조치를 환영하는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집단 괴롭힘은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 청소년들의 자살이 잇따르는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곪은 부분을 도려내는 외과적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지영 홍보위원은 “요즘은 교내 학생들과 학교 경계 밖에 있는 청소년들이 연계되면서 폭력이 극단화되고 있어 가시적인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자신의 행위가 감옥에 갈 만큼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면 가해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는 “학교폭력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바로 경찰에 넘겨 피해자의 고통을 없애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찰의 강경 기조가 가해학생의 폭력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윤조 팀장은 “가해학생들을 만나 보면 소년원에 가는 것에 대해 ‘훈장을 단다’ ‘거기서 여러 사람 사귀다 와야지’ 하는 말을 한다”며 “처벌 강도를 높이면 오히려 맷집만 세져 학교로 다시 돌아왔을 때 통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도 “피해자 학부모들이 가해자를 벌주기 위해 경찰 수사에만 의존하게 되면 교사가 가해학생들을 선도할 기회가 없어진다”며 “가해학생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기 전에 학교 울타리 안에서 범행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교사에게 강제 조사권 등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소년원 재입원율 매년 늘어


학교폭력 가해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도 계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소년원에 수용됐던 청소년들이 다시 들어오는 비율인 ‘재입원율’은 2009년 19.1%에서 2010년 26.2%, 지난해 26.9%로 매년 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실제 재범으로 들어온 아이들의 비율은 15% 정도”라며 “나머지는 보호관찰 기간 중 준수사항 위반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요즘 소년원은 ‘처벌보다 선도가 우선’이라는 원칙하에 정식 명칭을 ‘○○학교’로 바꿨다. 예를 들어 서울소년원은 고봉중·고등학교라는 이름을 쓴다. 만 10∼19세 미만의 소년범들이 각자 특성에 따라 일반 교과과정이 있는 학교나 직업훈련학교 의료재활학교 등에 나뉘어 수용된다. 교과과정을 배우는 학교는 일반 중고교처럼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 내용은 상담이나 인성교육, 봉사활동 등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