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O2/장환수의 數포츠]최동원-선동열-박찬호…그들의 숨겨진 공식은?

입력 | 2012-02-18 03:00:00


현역 시절의 최동원(왼쪽)과 이만수. 이들은 1958년생 개띠 야구선수 중 각각 투타를 대표하는 주역이었다. 최동원은 김시진, 김용남과 함께 ‘개띠 투수 삼총사’로 시대를 풍미했다. 동아일보DB

58년 개띠란 말이 있다.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표로서, 연령별 인구가 가장 많다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군사독재의 암울한 시기를 거쳐 부동산 광풍으로 이어진 경제성장의 주역인 이들의 퇴직 행렬이 최근 들어 시작되면서 남은 평균 수명 30년 이상에 대한 노후 대책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심각한 오류 하나. 명색이 숫자를 다루는 칼럼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나. 58년 개띠는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서도 결코 그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통계청 발표를 보면 연령별 인구는 1955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58년생 생존 인구가 79만여 명으로 많긴 하지만 59년 돼지띠 86만여 명에 이어 60년 쥐띠 93만여 명이 정점을 찍는다. 61년 소띠도 92만여 명, 62년 호랑이띠도 89만여 명이며, 63년 토끼띠에 이르러서야 80만여 명으로 뚝 떨어진다.

그럼에도 58년 개띠가 유명한 이유는 뭘까. 소수 의견처럼 보이긴 하지만 당시 대학생들이 머리를 짧게 깎고 병영훈련을 받게 되면서 많은 까까머리 후배 고교생들이 너도나도 “나 58년 개띠야”라고 대학생 흉내를 내고 다닌 게 그 유례라는 설이 맞을 성싶다. 참고로 70년 개띠도 세대를 대표하는 연령으로 유명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연령별 인구는 71년 돼지띠로 95만여 명이며 그 앞뒤로 경제성장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에도 세대를 대표하는 연령이 있다. 먼저 58년 개띠. 야구에선 지난해 작고한 최동원과 김시진, 김용남이 개띠 투수 삼총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만수는 프로 최초의 타격 3관왕, 다재다능했던 김성한은 홈런왕과 10승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에 비해 질적으로는 약간 떨어지지만 포지션별 다양성과 양적인 면에선 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81학번(대체로 61, 62년생)이 더 유명하다. 선동열을 필두로 이순철 정삼흠 이종두 박흥식 박동수 한영준 윤덕규 김용국 구천서 등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상군 이강돈 강정길은 1986년 빙그레(한화) 창단 멤버로 신생구단을 단기간에 강팀으로 성장시켰다. 아이돌 스타인 유이의 아버지 김성갑 역시 81학번으로 키(168cm)는 작지만 알루미늄 방망이로는 맞수를 찾기 힘들었던 강타자 출신이다. 58년생은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 우승 주역이다. 81학번은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야구가 처음 올림픽 무대에 등장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주축이었다. 물론 선동열은 대학 2학년 때인 1982년 서울 세계야구선수권에서도 발군의 활약으로 MVP를 차지했다.

▶야구에선 이후 대체로 약 10년에 한 번꼴로 황금세대가 등장한다.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92학번에선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투수 트로이카가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에서 각각 맹활약을 펼쳤다. 손경수 차명주 손혁 전병호에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어 92학번은 아니지만 동기생인 정민철 염종석 안병원까지 투수왕국이라 할 만했다. 타자로는 박재홍 박종호 송지만 이영우 최기문 김종국 홍원기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은, 연배로는 2001학번에 해당하는 에드먼턴 키즈가 있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정상호 등은 프로야구 원년인 82년에 태어나 고교 3학년 때인 2000년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제패한 주역이다.

▶농구에선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82학번 가운데 스타가 많다. 전창진 유재학 추일승 정덕화는 현역 사령탑이며 한기범 이상윤 등도 있다. 유재학은 전창진과 초등학교-중학교 동창, 정덕화와는 대학-실업 동료로 얽혀 있다. 86학번도 지도자를 많이 배출해 강동희 유도훈과 강양택 김광 임근배 등이 있다. 연세대 동기생인 유재학 강양택 김광은 4학년이던 1989년 전국대회 4관왕을 이끌었다. 이어 92학번 동기인 우지원 전희철 김병철 김훈 석주일 박준영 등은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에서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골프에선 ‘세리 키즈’가 유명하다.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보이며 우승한 것을 초등학교 때 보고 자란 이들은 선배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놀라운 속도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점령했다. 87년생 최나연 박희영과 88년생 신지애 김인경 박인비 김송희 오지영 이은정, 89년생 양희영 등이 있다. 한국 낭자군단은 88년 구옥희가 LPGA 첫 승을 거둔 이후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트로이카 시대를 거쳐 드디어 지난해 세리 키즈에 의해 통산 100승 돌파에 성공했다. 골프에서도 대체로 10년 주기설이 맞아떨어지는데 요즘엔 ‘지애 키즈’란 말이 나온다. 신지애가 1년에 10승을 거두는 것을 보고 꿈을 키운 여중생 유망주 골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빙상에선 빙속 삼총사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가 눈에 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 올림픽 출전권만 따도 영광인데 이들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합작했다. 이들은 이승훈이 88년생으로 한 살 많지만 모태범 이상화가 빠른 89년생이라 한국체대 07학번 동기다. 한국 축구의 미래인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도 대학에 진학했으면 07학번이다. 빙속 삼총사와 마찬가지로 이청용이 88년생, 기성용 구자철은 빠른 89년생이다. 배구에선 신치용 김호철이 55년생 단짝이며 한 해 늦게 진학한 김호철은 신춘삼과 75학번 동기다.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