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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15분 간격 ‘딩동’… 빈집 확인 후 털어

입력 | 2012-02-18 03:00:00

2년간 1억대 훔치다 덜미




‘딩동.’

2009년 9월 정모 씨(28)는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울 강서구 한 주택의 벨을 눌렀다. 반응이 없었다. 혹시 몰라 15분 후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조용했다. 빈집임이 틀림없었다. 열린 창문을 찾아 내부로 들어가 귀금속을 훔쳐 나왔다.

첫 범행이 성공하자 점점 대담해졌다. 열린 창문을 찾는 게 번거로워 아예 절단기를 들고 다니면서 방범창을 잘라내고 들어가 귀금속을 훔쳤다. 최근까지 이렇게 턴 집은 총 20곳. 훔친 금품의 액수는 약 1억 원에 달했다.

정 씨가 처음부터 빈집털이범이 될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2008년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400만 원을 빌리고, 사채업자에게서 100만 원을 빌린 게 화근이었다.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주위에 손을 벌렸지만 다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집을 나온 정 씨는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도둑질로 쉽게 돈을 벌 수 있게 되자 그는 서울 전역으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훔친 귀금속은 귀금속 상가에 처분했고, 컴퓨터도 들고 나와 중고 컴퓨터 가게에 팔았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9일 범행 장소를 물색하며 초인종을 누르고 있던 정 씨를 붙잡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