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체포된 탈북자 南가족들 애타는 호소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열린 ‘중국정부의 탈북자 30명 강제 북송 중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독교사회책임, 선진화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강제 북송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가슴 터지는 이 심정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꼭 구해주십시오. 북으로 보낼 바에는 차라리 죽여서 시신이라도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제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입니다. 제발 그 애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주세요.”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31명의 가족들이 1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호소했다
“김정일 애도기간이라 이번에 북송되면 무조건 본보기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살아서 북으로 끌려가면 오늘은 어떤 고문을 당할까, 내일은 어떤 고문을 당할까…. 이렇게 본인도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가족도 함께 고통에 몸부림칠 바에는 한순간 마음이 아프더라도 차라리 죽여서 시신만이라도 어미 품으로….” 아들이 체포돼 있는 문영은(가명) 씨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가족들은 혈육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지난 한 주간 제대로 자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치권과 정부, 중국 공관 등에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다 보니 추위와 체력적 한계로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김유미(가명) 씨는 독감에 걸려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으면서도 동생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다음 날 고열 속에 북송 반대 시위대열에 합세했다.
17일 채널A의 ‘박종진의 시사토크 쾌도난마’에 출연하기 위해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김 씨의 입술은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체포된 혈육들의 북송이 오늘내일 시간을 다툰다는 언론 보도는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심하게 옥죈다. 이들과 동행하며 구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 회장은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31명의 탈북자는 선양(瀋陽) 투먼(圖們) 등 각 구류소에 분산 수감돼 있으며 아직 북송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가장 큰 걱정은 중국 당국이 시간을 질질 끌다가 세계적인 구명 여론이 잦아들었다고 생각되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탈북자들을 북송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탈북자 구출을 촉구하는 여론을 계속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피해자 가족들은 아파도, 힘들어도 결코 주저앉을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체포된 혈육들의 생명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키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